<월요논단> PC산업을 살리는 길

 지난 97년 말에 불어닥친 IMF 한파는 우리나라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일대변혁의 소용돌이를 몰고 왔다. 수많은 기업들이 경기침체로 도산하거나 기구축소 및 인원감축 등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아직도 상당수의 기업들이 이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PC산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견기업은 물론 PC부품 및 주변기기 제조업체마저 부도로 쓰러지는 아픔을 감수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98년 하반기부터 기업들의 자구노력과 정부의 PC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국내 PC 수요가 점차 회복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노후 전산시스템의 교체나 신규 전산시스템의 도입 등 그동안 경기침체로 미루었던 기업들의 투자가 되살아나면서 중대형컴퓨터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PC 시장은 지난 1·4분기중 42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 정도의 고성장을 이룩했고 2·4분기에는 44만대로 IMF 이전인 97년 2·4분기 수준의 높은 성장을 나타냈다. 수출도 PC·모니터·CD롬 드라이브 등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PC산업계가 IMF 위기를 극복하고 이제 새로운 도약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안정궤도 진입을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국내 PC산업계가 안고 있는 세계 PC산업 환경변화에 대한 방어와 공격의 한계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핵심기술에 대한 선진기술 보유국과의 격차를 극복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주요 핵심기술의 개발·보유 없이 OS·CPU 등 주요 원자재의 전량 또는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큰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또 수출 경쟁력의 근간인 제품 경쟁력보다는 환율변동에 따른 저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는 것도 타개해 나가야 할 과제다.

 앞으로 국내 경기회복에 따라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또 세계 PC시장에서 초저가 PC의 선풍적인 인기로 PC 가격인하가 가속화할 경우 우리 PC업체들의 해외시장 공략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국내 PC산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지속적인 국내 PC산업 육성대책의 추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선 첫째, 국내 PC업체들에 시장·기술·제품전망 등 각종 정보를 신속히 전달해줄 수 있는 종합정보체제의 구축이 시급하다. 국내 PC업체들이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직·간접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둘째, 많은 연구개발 투자비와 첨단기술이 필요한 차세대 핵심부품은 대기업에서 추진토록 하고 중소기업은 일반부품 및 주변기기 위주의 개발을 전담하는 사업규모별로 차별화·집단화함으로써 PC 수요 창출을 위한 정보사회 인프라 구축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PC업체들의 활성화와 원가절감 및 제품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산·학·연 협동으로 범국가 차원의 가칭 「PC산업지원센터」의 설치가 필요하다. 용산전자상가 또는 컴퓨터 집단상가내에 조기 설치해 유통구조 개선, 부품 공동구매, 신규 아이디어 창출, 시장 및 신기술 동향에 대한 전략 수립, 보급형 PC 확대 및 고급형 PC의 수출확대 방안 수립, 상용화 기술 및 차세대 신기술 공동개발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제품 경쟁력 향상을 위한 주요 핵심기술의 개발 등 세계 PC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일이다.

 또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과 기업간 제휴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대외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모처럼 되살아나고 있는 국내 PC산업의 회복세가 앞으로 지속적인 안정성장의 계기가 되도록 하기 위해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종합육성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김춘호 전자부품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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