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컴퓨터시장은 IMF 한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듯한 분위기다. 시장수요가 급속히 회복됨으로써 영업 일선의 활기가 되살아났으며 지난해와 같은 제살깎기식 경쟁도 누그러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IMF이전에 엄청나게 이익을 챙겼던 중대형컴퓨터업계의 경우 치열한 덤핑경쟁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적정마진 확보」라는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고, PC업체들은 잇따른 저가제품 등장과 시장다변화, 통신사업자 등과의 연계 마케팅 같은 새로운 환경에 들어섰다.
컴퓨터 HW (상)
* 중대형컴퓨터
국내 중대형컴퓨터업계는 올들어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IMF영향으로 극심한 수요부진에 시달렸던 지난해와는 달리 대기업과 금융권, 통신업체 등이 데이터웨어하우스(DW), 전사적자원관리(ERP), 데이터마이닝(DM) 시스템 구축작업에 적극 나서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또 연초부터 증시 활황세와 컴퓨터2000년(Y2K)문제 해결 등에 따른 시스템의 신규 도입과 증설도 급증하고 있다.
중대형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요 활성화에 힘입어 올해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서버, PC서버, 슈퍼컴퓨터 등을 포함한 국내 중대형컴퓨터 시장규모는 9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만약 올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수요증가가 발생할 경우 IMF 이전 수준인 97년의 1조억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닉스서버의 경우 올 상반기(1∼6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중대형컴퓨터시장의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금융권과 대기업, 공공기관들이 그동안 미뤄온 전산투자를 집행함으로써 전산시스템 수주가 활발해졌으며 특히 폭발적인 증시 활황세에 힘입어 증권업계가 신규 시스템 도입 및 증설작업에 나서면서 유닉스서버시장 성장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메인프레임 시장을 대체하려는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의 다운사이징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유닉스서버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통신업체와 금융권, 대기업 등이 기업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DW와 종합고객관리(CRM), ERP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유닉스서버 수요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전산시스템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과 신뢰성 확보는 물론 전산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하는 등 이른바 총소유비용(TCO)을 줄이려는 서버통합 부문의 수요가 새롭게 일어날 것으로 보여 유닉스서버시장은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PC서버도 올들어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C서버는 최근 고성능화로 재무장하면서 중대형컴퓨터시장의 대표적 인기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올들어 가용성과 확장성이 뛰어난 고성능 PC서버 기종이 등장하면서 유닉스서버시장은 물론 메인프레임 영역까지 위협하고 있을 정도다. 컴팩코리아·LGIBM·삼성전자 등 주요 PC서버 공급업체들은 이달부터 하나의 주기판에 중앙처리장치(CPU)를 8개까지 탑재하는 8웨이 윈도NT서버를 잇따라 선보일 것으로 보여 유닉스서버와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PC서버 시장은 올 상반기 금융권과 기업, 교육망 시장 등의 신규 및 대체수요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어서 올해 15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하반기부터 Y2K문제 해결을 위한 국산 주전산기 대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이 시장을 겨냥한 국내외 유닉스서버업체와 윈도NT서버업체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미 한국HP·시퀀트코리아 등 일부 유닉스서버업체는 유력 시스템통합(SI)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주전산기시장 진입을 도모하고 있고, 8웨이 윈도NT서버로 무장한 업체들도 이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 마련에 돌입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인프레임은 올들어 일부 금융 및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스템증설 물량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메인프레임 시장은 한국IBM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유니시스·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한국후지쯔 등이 틈새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올들어 증권거래소·신동아화재보험·신한은행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메인프레임 공급확대에 나서면서 활기를 찾고 있다.
한편 엔터프라이즈급 대용량 저장장치시장은 기업 컴퓨터환경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급속히 바뀌면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대용량 저장장치시장은 작년에 비해 56% 성장한 25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PC
지난 한해 130만대 수준으로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국내 PC시장은 올들어 회복세가 역력하다. 올 1·4분기 국내 PC시장 수요는 약 42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만7000대에 비해 40% 정도 증가했으며 지난해 4·4분기 36만5000대에 비해서도 14% 늘어났다. 또 이같은 시장규모는 IMF이전인 97년 1·4분기의 50만5000대 수준에 육박하는 수치다.
올 상반기 중 국내 PC시장 규모는 아직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으나 약 85만대 수준으로 97년 상반기와 비슷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일반 가정용 수요의 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행망용 PC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IMF한파 이전보다 오히려 시장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행망PC시장은 정부의 수요기관별 예산집행이 본격화하면서 45만대 수준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PC시장 규모가 19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들어 PC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일반 수요의 확대와 더불어 PC게임방, 금융권, 벤처기업 등 새로운 수요시장이 부상했기 때문.
우선 지난해말부터 성장해온 PC게임방 시장은 올들어 사업자가 전국에 6000개로 확대되면서 PC수요를 크게 늘렸다. 또 올초에 보험·은행·증권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이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고 새로운 전산 인프라 구축 및 노후장비 교체작업에 착수하면서 대규모 PC구매에 나선 것도 PC 수요확대에 한몫했다. 올 상반기 금융권의 PC수요가 총 5만대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 이를 잘보여준다.
또 국내 경기회복세와 때를 맞춰 SOHO(Small Office Home Office)시장이 확대되고, 신설 벤처기업이 대거 등장하면서 PC수요 회복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올들어 국내 PC시장은 이같은 수요회복세와 더불어 PC의 고기능화가 진전되고 있으며 동시에 주력기종이 다양화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최신사양을 갖춘 제품에 치우쳐온 국내 PC시장의 주력제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셀러론 PC가 급부상하면서 펜티엄Ⅱ PC와 함께 양대 주력기종을 형성하더니 올들어 펜티엄Ⅲ PC의 입지가 점점 확대되고 하반기부터는 펜티엄Ⅲ PC가 주력기종으로 합류해 3파전의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국내 PC제조업체들도 이같은 다양한 시장변동에 따라 PC통신서비스사업자와 연계한 공동마케팅, 보상보험제 등 새로운 마케팅전략을 수립·시행하고 있으며 초저가PC를 출시하는 등 새로운 시장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컴퓨터주변기기
올 상반기 컴퓨터주변기기 시장은 PC시장의 급속한 경기회복 여파로 공급량이 크게 확대됐다. 가장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주변기기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잉크젯프린터로 경기회복 추세와 맞물려 활기를 되찾았다.
퀀텀코리아와 맥스터코리아·삼성전자·한국후지쯔 등 주요 HDD공급업체들은 연초까지만 해도 연간 시장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120만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으나 내수시장 및 업그레이드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공급량이 늘고 있다.
국내 HDD시장은 올 상반기 120만대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내수시장이 확대돼 PC공급량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지만 PC 수출급증이 HDD 공급확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이들 업체는 수출용 PC가 올해 HDD 공급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공급량이 커지면서 당초 목표치를 초과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수경기 회복으로 상반기 동안 대부분의 HDD공급업체들이 IMF이전 수준의 매출액까지 회복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 윈도2000 운용체계와 인텔 820칩세트 주기판이 출시돼 HDD의 수요 진작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HDD업체들은 올해 국내 시장수요가 300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잉크젯프린터도 대부분의 공급업체들이 상반기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한국엡손·한국HP·롯데캐논 등 잉크젯프린터 업체들은 지난해말부터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컴퓨터와 프린터 번들판매가 급증하면서 지난 상반기 동안 80만대 이상 공급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초 잉크젯프린터 공급업체들은 올해 85만∼90만대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가정용 PC와의 번들구매가 크게 늘고 흑백이나 저가형 프린터를 고급 포토프린터로 교체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잉크젯프린터의 판매가 크게 활성화됐다.
특히 창업열풍과 맞물려 중소규모 사무실에서의 프린터 구입이 크게 늘었고 잉크젯프린터 업체들의 경우 스티커 사진기의 인기에 편승, 월 평균 8만∼10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잉크젯프린터 업체들은 경기회복조짐이 뚜렷해짐에 따라 올 하반기에는 연간 150만∼160만대 정도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컴퓨터산업부 하드웨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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