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스닥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정보기술(IT) 분야 벤처기업들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부터 급부상한 곳이 포털서비스나 사이버 쇼핑몰 등의 인터넷기업이다.
최근 코스닥시장 거래추이를 보면 좀더 분명해진다. 지난해 하루 평균 55억400만원에 그쳤던 거래규모가 올들어 5월까지 평균 430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4월 이후는 말 그대로 폭발지경에 이르고 있다. 4월 평균 644억원, 이어 5월에는 1052억원으로 치솟았고 지난 16일에는 무려 3694억원에 이르렀다. 지난 98년 6월 평균 81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무려 40배나 증가한 것이다.
개별 종목의 주가도 상한가 행진의 연속이다. 11일 기준으로 지난 5개월여 동안 주가상승률 상위 50위 기업 중 10배 이상 뛴 종목이 16개고 그 가운데 6개가 IT관련 주다. 인터넷서비스업체인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 한국디지탈라인이 각각 19배, 15배 뛰어올라 3위와 7위를 차지했다. 한글과컴퓨터와 디지틀조선일보도 각각 9배, 6배 상승했다. 이젠 거품논쟁은 주식전문가의 전유물만이 아닌 상황으로 발전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IT 특히 인터넷과 관련됐다 싶으면 종목에 상관없이 돈이 몰린다. 심지어 회사명칭에 「컴퓨터」 「인터넷」 「정보통신」 「소프트웨어」라는 말이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도 주가가 상승한다. 오죽하면 「묻지마 주식」 「사오정 주식」까지 나왔을까.
코스닥시장의 IT기업들의 실상을 들여다 보자.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의 경우 등록회원수가 중요한 평가 요인 중 하나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골드뱅크는 40만, 포털서비스 전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00만명이다. 하지만 고액의 경품을 내걸고 모집하는 공짜가입 회원수만큼 불확실한 것도 없다. 한사람이 이름을 달리하여 10개, 20개씩 심지어 100개 이상씩 회원자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곧 인터넷기술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의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일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이러한 상식이 통할 리 없다. 현재 코스닥의 개인투자자는 전체 거래자의 90%에 이른다.
벤처하면 기술력을 떠올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서비스 분야 등 IT업계에서조차 기술보다는 마케팅 능력이 더 중시되는 환경이다. 기술력이 곧 시장성이란 말은 이미 폐기된 지 오래다.
IT 역시 이제는 벤처기업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히 인터넷은 사업아이템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기본 수단이 됐으며 앞으로 야후나 아마존 같은 급성장 벤처의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재가치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인데도 무차별 투자가 이어져 코스닥은 언제 터질지 모를 투기장으로 변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금 코스닥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미국의 경우처럼 투자자들이 IT분야 고급정보에 익숙해짐으로써 나타나게 될 냉철한 판단력이다. 나아가서는 이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또 다른 유망 분야를 개척해줌으로써 IT산업의 발전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김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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