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D" PC기억장치 디지털AV 가전 저장매체로 각광

 PC의 주기억장치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용도가 넓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PC뿐만 아니라 디지털 데이터를 취급하는 가전제품에도 HDD를 장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HDD를 가전제품에 응용하려는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1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데스크톱PC에 주로 탑재돼 온 HDD의 대용량화가 최근 급진전을 보이고 있는 데다 가격도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데스크톱 PC용으로 보급돼 있는 값싼 3.5인치 HDD를 조금만 손보면 가전제품에도 훌륭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3GB급 제품의 경우 지난 1월까지만 해도 230달러선의 가격수준을 유지했으나 200달러 이하로 낮아진 지 오래고 최근에는 20GB급 제품도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로 가면 오는 2002년이나 2003년에는 기억용량 100GB급의 HDD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가격으로 100달러 이하에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터무니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같은 가격 하락세와 함께 최근에는 가전업계와 HDD업계도 일치단결해 HDD를 이용한 가전제품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 소니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손을 잡았고, 지난 3월에는 일본 마쓰시타전기산업과 미국 퀀텀이 디지털AV기기용 HDD를 공동개발하기 위해 제휴했다.

 이 같은 제휴는 양 업계의 커다란 기대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가전과 HDD 양 업계는 올해 말이나 내년 중에 출시할 것을 목표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업계가 HDD에 기대를 하고 있는 이유는 HDD가 다른 기록매체에 비해 데이터 전송속도나 랜덤 액세스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고속 액세스가 가능하면 장시간에 걸쳐 저장한 콘텐츠 속에서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즉시 검색해 곧바로 이용할 수 있고 여러 개의 콘텐츠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HDD의 이런 이점을 활용한 응용분야의 시금석은 디지털AV기기 분야다. 가전업계는 우선 HDD를 영상 콘텐츠나 음악 콘텐츠를 녹화, 저장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용도로는 이미 미국의 벤처기업인 리플레이 네트웍스사와 티보사가 제품을 선보였고 일본 업체들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마쓰시타고토부키전자공업과 리플레이 네트웍스사가 HDD리코더를 미국시장에서 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HDD를 내장한 TV나 VCR, 세트톱박스 등도 줄이어 등장할 전망이다.

 HDD의 응용분야는 비단 영상이나 음악 콘텐츠를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발판으로 활용분야를 점차 넓혀갈 전망이다. 대표적인 예로 온 가족의 사진을 모아 저장하는 전자앨범을 들 수 있다. 데이터 압축기술을 사용하면 조그마한 HDD에 수만장의 사진을 보기 좋게 정리해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정보통신 기능의 확산에 따라 자동차에도 HDD를 장착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할 뿐 아니라 가정용 게임기에도 게임소프트웨어를 온라인으로 공급받기 위한 수단으로 탑재될 전망이다.

 특히 가전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분야는 음악콘텐츠와 영상콘텐츠를 다루는 디지털 AV기기다.

 HDD의 보급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음악콘텐츠 분야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을 이용한 음악콘텐츠의 온라인 공급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듣고 싶을 때 음악콘텐츠를 구입할 수 있는 이른바 「온 디맨드」화의 움직임이다.

 디지털 데이터 상태로 가정으로 전송돼 오는 음악콘텐츠를 저장하는 데 기록장치가 필수 불가결한 존재라고 봤을 때 음악콘텐츠의 온라인 공급은 HDD를 가정에 보급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한편 영상콘텐츠용 HDD는 저장용량의 증가에 따라 2단계를 거쳐 가정에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영상콘텐츠를 임시로 저장하는 용도다. TV프로그램이나 디지털 VCR로 녹화한 영상을 편집하는 것이 이에 포함된다. 이 경우는 HDD의 저장용량이 10∼100GB 정도면 된다. 그 다음으로 HDD는 영상 콘텐츠를 장기적으로 보관하는 용도로 확산될 전망이다.

 현재 HDD업계의 기술 수준은 영상 콘텐츠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을 실현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서 있다. 리플레이사가 HDD 녹화장치에 탑재하고 있는 HDD의 용량은 최저 10GB 수준이다. 녹화시간이 10시간에 이르기 때문에 VHS방식 비디오테이프와 같은 분량의 영화도 녹화할 수 있다. 티보사도 HDD녹화장치에 비슷한 용량을 가진 HDD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그동안 PC에 주로 탑재돼 온 HDD는 대용량화와 저가격화의 바람을 타고 점차 가정용 AV기기 분야로 용도를 넓혀 나갈 전망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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