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KeyWord.. 나노기술

 현대과학의 꿈 가운데 하나는 50억 전인류에 대한 전자 자서전을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신상·건강·취미·문화·지식·생각·경험 등 개인 한사람의 모든 정보를 수록하는데 필요한 저장 용량은 얼마나 될까. 과학자들은 대략 인간 뇌세포 수의 10배 가량인 100Gb가 요구된다고 한다. 따라서 50억 전인류의 자서전을 위해서는 <50억×100Gb>라는, 쉽게 상상이 안되는 용량의 기억매체가 필요하다.

 20세기 정보기술혁명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수학의 2진법, 트랜지스터 등 기억 회로소자(素子)의 개발과 소형화, 재료의 다양화, 전·자기 개념의 산업적 응용 등이 어우러져 이뤄낸 쾌거였다. 50억 인구의 자서전을 갖겠다는 과학자들의 꿈도 이런 쾌거의 연장선상에서 대두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20세기 혁명의 성과로는, 50억 인구 자서전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우선 이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보의 최소단위인 비트(bit)를 구성하는 회로소자의 크기(선폭)가 더욱 미세해져 정보기억 수요가 증가되는 만큼의 고집적도 기억매체가 등장해야 한다. 현재 구현된 선폭기술은 0.18㎛다. 이 기술로 구현되는 반도체 기억용량은 고작 4∼16Gb 정도. 광자기 등 갖가지 자기(磁氣)적인 방법이 모두 동원된 결과다. 그마나 선폭은 0.04㎛에 이르면 자성(磁性)을 잃어버리는 물리적 한계에 도달한다고 한다. 결국 <50억×100Gb>에 대한 꿈은 그 근처에도 못가고 좌절되고 마는 셈이다.

 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여러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나노미터) 즉 10억분의 1m의 회로에서도 자성을 갖게 해주는 나노기술이다.

 현재 나노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는 기존 기술에서의 물리적 한계의 원리와 실체를 밝히는데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원인구명이 이뤄지면 대안 마련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나노기술이 결코 미래 분야가 아니라는 점이다. 과학기술분야 신제품 개발주기가 5∼6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 분야 연구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차세대 기술전쟁에 돌입해 있는 셈이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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