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 지상파나 케이블TV 등 매체를 통해 방영하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 국내에서도 싹트기 시작했다.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직접 6㎜ 디지털 카메라나 8㎜ VHS카메라로 제작한 프로그램을 지상파·케이블TV·위성방송 등 방송매체를 통해 방영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작해 온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옴부즈맨 프로그램)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이미 독일·미국·남아프리카 등에서는 「개방 채널」 또는 「공동체TV」등의 명칭으로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제 막 새로운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시도한 방송사는 지역 민영방송인 인천방송이다. 인천방송은 올해 1월부터 매주 금요일 프라임 타임시간대에 「당신의 채널」이라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은 작품 수급이 어렵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방송사 입장에서는 결코 채택하기가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방송은 「당신의 채널」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인천방송측은 특히 기획 의도는 좋지만 촬영장비나 편집장비가 없어 고민하는 시청자들을 위해서 방송장비도 지원해 주고 있다. 방송 초기에는 주로 독립 영화 제작 동호회, 다큐멘터리 제작단체, 대학영상 동아리, 중고등학교 방송국 등을 찾아다니면서 작품을 수급해왔으나 현재는 방송작품의 70% 이상을 공모작으로 채우고 있다. 그만큼 저변이 확대됐다는 얘기다.
SBS도 올초 「결정! 당신이 주인공」이라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을 편성, 시청자 영상물인 「늦잠 자는 아빠 깨우기」 「첫사랑」 「케익 나눠먹기」 등 프로그램을 발굴했으나 작품 수급 등에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방송 2개월만에 중도하차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SBS의 한 관계자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의 보다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했으나 시청자가 직접 제작할 때의 기대심리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심리간에 간극이 매우 컸다』며 퍼블릭 엑세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역 민영 FM방송인 경기방송이 현재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생방송 시사21」도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색다른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FM은 작년 5월부터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생방송 시사21」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데, 현재 수원 지역 경실련 소속 장안대 강헌구 교수가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다. 「생방송 시사21」 제작팀은 매주 화요일마다 수원YMCA, YWCA, 다산인권상담소, 수원 경실련, 평택사람들, 한맥노동문제연구소, 경기복지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참여해 아이템 회의를 갖고 있다. 그동안 「생방송 시사21」은 개정된 교육위원 선출의 문제점과 개선책, 학습지 교사의 항변, 수원 월드컵 토론,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시민단체 입장 등 현안들을 주요 아이템으로 선정해 방송해왔다.
이처럼 일부 방송사가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으나 아직 국내의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은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위성방송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여당은 국회 통과 예정인 새방송법에 지상파 방송사들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안에서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편성토록 했으며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및 위성방송사업자들이 시청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지역 채널이나 공공채널을 통해 방송하도록 했다.
소형 비디오 카메라의 보급 확산도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가의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 확산 추세를 보이면서 비디오 저널리스트나 영상물 제작 동호회의 활동이 점차 활발해질 것이다.
퍼블릭 액세스 채널의 등장은 우리가 종전에 TV에 대해 갖고 있던 인식과 개념을 180도 바꿔 놓을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퍼블릭 액세스 채널인 「딥디시」의 슬로건은 머지않은 시기에 우리가 직면할 TV의 한 단면을 제시해주고 있다.
「TV를 보는데 그치지 말고 이제는 직접 제작하자(Don‘t just watch TV. Make it!)」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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