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냉장고.침구전용 청소기, 침체 가전시장 "활력소"

 「성숙기에 접어든 가전시장. 하지만 아직은 미개척 부분도 많다.」

 TV·VCR·냉장고·세탁기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 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답보상태를 거듭하거나 날로 축소되고 있는 국내 가전시장의 볼륨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들이 속속 등장,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말 주부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가전제품으로서의 위치를 구축한 김치냉장고와 최근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는 침구전용 진공청소기 등이 그 것.

 이 가운데 만도기계가 처음으로 상품화해 시장개척에 나선 김치냉장고는 지난해 주부들로부터 탁월한 신선도 유지 기능을 인정받으면서 전년대비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25만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 IMF한파로 인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국내 냉장고시장의 볼륨을 확대하는 데 한 몫했다.

 지난해 일반 냉장고 시장 규모는 총 100만대에도 못미쳤으나 김치냉장고가 이처럼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총 120만대 규모를 형성, 지난해 다른 제품들이 대부분 40% 이상의 대폭적인 축소세를 보인 가운데서도 유독 냉장고만이 30% 가량 줄어드는데 그친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김치냉장고 시장 규모가 적게는 35만대에서 많게는 50만대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최근 회복세로 돌아선 국내 냉장고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김치냉장고 시장에 참여한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까지 일반 냉장고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23% 늘어났는데 김치냉장고를 포함하면 판매신장세가 무려 4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LG전자가 올초 출시한 침구전용 진공청소기도 최근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국내 청소기시장 규모를 크게는 두배까지 확대시킬 수 있는 유망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전자는 이 제품에 에어펀치로 두들기면서 먼지를 흡입할 수 있는 흡입구를 장착해 침대나 이불·커텐 등에 달라붙지 않고 겉먼지는 물론 찌든 먼지나 진드기까지 털어서 흡입할 수 있도록 했는데 최근까지 판매한 청소기의 30% 가량을 차지, 올해 전체 진공청소기 판매목표의 3분의 1인 15만대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총 90만대 가량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 국내 진공청소기 시장의 17%에 달하는 물량으로 국내 진공청소기 시장이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미다.

 특히 이들 제품은 가격도 만만치 않아 가전업계에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효자상품이 되고 있다.

 김치냉장고는 60ℓ급 제품이 50만∼60만원대로 500ℓ급 일반 냉장고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가격이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일반 냉장고와 비교하면 김치냉장고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만도기계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100ℓ급 이상의 대형 제품을 속속 출시할 예정으로 있어 가격대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따지고보면 중소기업들뿐만 아니라 LG전자와 대우전자 등 가전업체들이 모두 김치냉장고 시장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처럼 김치냉장고가 고수익을 보장하는 고부가 제품이기 때문이다.

 침구전용 진공청소기도 아직은 LG전자만이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하고 있으나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5∼10% 가량 높은 고부가 제품이라 조만간 삼성전자와 대우전자 등도 본격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이들 제품이 기대만큼의 시장확대 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하더라도 가뜩이나 보급이 포화상태에 달한데다 IMF한파까지 겹쳐 극도로 침체된 국내 가전시장에 참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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