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Issue.. RE 허용 찬.반 논쟁

 그동안 국내에서 관행화돼온 리버스 엔지니어링(RE)에 대해 그 뜻의 해석과 저작권 침해여부를 놓고 찬반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특히 미국계 선발 다국적기업과 국내기업이 극명한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다.

 선발업체 입장에서는 재산권 보호를 위해 RE를 좌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고, 반대로 후발주자들은 기술발전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주한 미국대사관과 외국계 선발업체 등 RE를 반대하는 측은 RE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기 때문에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RE가 허용되면 그 명분 아래 기존 프로그램 모방이 행해지기 쉽고 결과적으로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의욕이 현저하게 저하될 것』이라는 것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지난 95년 4차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개정 방향에 대한 공청회에서 「저작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RE허용을 반대하는 등 완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한국오라클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RE에 대해 엄격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고 오라클도 계약서상에 RE를 금지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저작권에 대해 한미간 상당한 인식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RE의 허용을 두고 미국과 한국을 동일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측도 『RE를 허용하면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저작권 침해로 인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RE가 허용된다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기본입장은 계약서상에 이를 불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RE를 반대하는 주장에 맞서 국내 전문가 및 후발업체들은 RE가 일반 관행에 따른 것으로 저작권의 예외로서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저작권 보호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으면, 저작물에의 접근이 어렵고 관련 산업내의 경쟁이 크게 제한되며 결과적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룩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RE를 매우 유용한 기술습득 수단으로 보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한 고위 연구원은 『SW부문의 RE는 선의의 기술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손해보다는 이익이 많다. 상업용이 아닌 연구·교육을 목적으로 할 때는 이를 허용해야 한다』며 『RE를 허용하는 방향으로의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 정상조 교수(법학과)는 『신호등이 없다고 차량소통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면 신호등이 필요하다』면서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프로그램보호법상에 이를 명시하는 게 산업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제한적 범위 내에서 RE를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한때 SW회사를 경영한 바 있는 전석진 변호사(리 인터내셔날 로펌)도 『경쟁을 촉진하고 후발업체들에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RE를 법조항에 명문화해야 한다. 또한 공정사용 조항을 새로 넣어 RE를 호환성과 같은 정당한 목적에서 이용하는 한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안철수 사장은 『기본적으로 RE허용에 찬성한다. 물론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규정이 필수적이겠지만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허용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불허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산하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소속의 신각철 연구위원은 『RE는 해석공학이고 연구활동이며 개발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용도와 시장을 달리할 경우 RE를 허용할 수 있지만 이를 굳이 프로그램보호법상에 넣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SW전문 공급업체인 펜타컴퓨터의 윤재철 사장도 『연구목적의 RE를 구분짓는 기준이 불분명하다』며 자세한 명문 조항 삽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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