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럴드는 밤늦게까지 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떠났습니다. 그 밖에 그의 입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 글에서는 밝힐 수 없을 것 같고, 당신에게 부담을 주고도 싶지 않아 이만 줄입니다. 제발, 제럴드의 말이 틀리기를 바라며, 내 조국에 민주주의가 하루 빨리 꽃피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 만세.
12월 16일
미시간 호변에서 최영준으로부터
혜련씨,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 아침에 전화통화를 했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글을 쓰고 싶어 책상에 앉아 펜을 들었습니다.
어제 크리스마스 이브에 교회에 나갔습니다. 이곳에 온 이후 세번째인가 나가 보는 교회지만, 그곳은 교회라기보다 교민들의 사교장 같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나 역시 그곳에서 내 또래의 젊은이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특히 젊은 여학생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은 내가 현역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육군통신연구소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일부가 그곳에 연구소 기능과 함께 대학원 과정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젊은 내가 어떻게 그런 곳에 들어갔는가 하고 놀라기도 했지만, 연구소나 컴퓨터에 대한 관심보다 나 자신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습니다. 특히 이곳의 여학생들이 사귀고 싶어했습니다. 그렇다고 나를 의심해서는 안됩니다. 내가 이렇게 자신있게 말하는 것은 결코 당신을 배신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입니다.
내가 만난 젊은이들 가운데 유학온 학생들도 있고, 교민 2세나 3세들도 있었습니다. 교민 2세나 3세 일부가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영어와 한국말을 섞어서 하는데, 영어 발음은 좋은데 한국어 발음이 어설퍼서 참으로 딱했습니다. 어느 청년은 한국 말 자체를 할 줄 모르더군요. 조금 알아 듣는다고 변명을 하지만 전혀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이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한국에 살고 있는 화교들을 떠올립니다. 그들은 한국에서 태어났어도 중국말을 유창하게 잘합니다. 이곳의 중국계 교민들도 마찬가집니다. 자기 나라 말의 고수는 그것이 곧 민족의 혈통을 지탱해 주는 근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태인이 2000년이 넘도록 나라없이도 존속하게 되고 결국 나라를 세울 수 있게 된 것은 그들의 종교가 생활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언어는 바로 종교이면서 생활인 것입니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정구민의 테크읽기]CES 2026, AI 로봇 진화와 한미중 삼국지
-
2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33〉CES 2026, AI가 '비즈니스·산업·사람의 역할' 재정의하다
-
3
[ET시론] 탄소중립의 혈맥 'MVDC'가 여는 전력망의 미래
-
4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92〉CES 2026, 자부심과 아쉬움 사이
-
5
[ET톡]바이오 컨트롤타워 세우기
-
6
[부음] 박승희(삼성전자 사장)씨 장모상(종합)
-
7
[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스테이블코인, 은행 중심·비은행 중심 컨소시엄들의 경쟁 유도해야
-
8
[인사] 보건복지부
-
9
[부음] 김병대(전 순천대 사회과학대학장)씨 별세
-
10
[부음] 김주영(연합뉴스TV 기자)씨 외조모상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