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을 둘러싸고 미국 정부는 물론 의회까지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라고 공개 비판하자,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급히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쿠팡 사태를 계기로 커진 국내 플랫폼 규제 요구가 비관세장벽 이슈로 전면화되면, 통상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여 본부장은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미국 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이 임박한 만큼, 미 정부와 업계 동향을 사전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국내 디지털 입법의 정확한 정책 의도를 설명하기 위해 방미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측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핵심 쟁점은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입법 논의가 재개된 온플법이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이들 법안이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를 사실상 겨냥한 규제라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말 “한국 정부가 미국 온라인 플랫폼의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승인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허위정보로 인한 피해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표현의 자유 위축과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온플법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심하다. 미국 의회는 “한국이 검토 중인 온라인플랫폼 관련 입법이 비(非)미국계 경쟁사들에 비해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에 거점을 둔 경쟁사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하원 세출위원회는 지난주 2026회계연도 예산안 부수보고서에서 한국의 온플법 추진을 '해외에서의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로 명시하고, USTR에 대응 방안을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여당은 한미 관세협상 악영향 우려에 입법 논의를 멈췄으나, 최근 쿠팡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 문제에 대한 여론이 커지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그러자 미국은 “EU와 유사한 디지털 규제를 추진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USTR은 물론 상·하원 주요 의원, 디지털 업계 및 협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아웃리치'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미국 기업을 차별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이라며 “정확한 정책 의도가 전달되지 않아 생긴 오해를 해소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