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교통시스템(ITS) 구축사업이 표류하고 있다는 보도다. 날로 심각해지는 교통난 타개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정책사업이 이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은 정부의 교통정책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과연 정부의 교통정책은 어디로 가는지 묻고 싶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교통정체, 항만의 체선, 공항 혼잡, 철도의 낙후, 교통사고 등 만성적인 후진국형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100년 이상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온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SOC 투자 역사가 30여년에 불과하고 그나마 재정여력이 있었던 80년대에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일반 설비투자와는 달리 SOC는 필요성을 인식한 때부터 완공까지 10년 이상 소요된다. 따라서 투자적기를 놓치거나 장래수요를 감안하는 선행투자가 되지 않으면 엄청난 교통혼잡 비용을 지불해야 할 뿐 아니라 지가 및 건설비 상승 등 이중 삼중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깊이 인식한 정부가 의욕적으로 마련한 프로젝트가 바로 ITS국가기본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말까지 첨단교통관리시스템에 3539억원, 첨단교통정보시스템에 558억원, 첨단대중교통시스템에 671억원, 첨단화물운송분야에 690억원, 첨단차량도로분야에 868억원, 연구개발에 629억원 등 총 70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투입, 수도권내에서 운행되는 차량에 대한 교통정보는 물론 첨단대중교통정보 실현, 첨단차량도로 구축, 화물운송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여기에 투입된 금액은 한국도로공사 400억원, 과천ITS시범사업 90억원, 경찰청과 지자체 400억원, 건교부 출연연 60억원, 서울시 내부순환고속도로 300억원, 정통부 교통DB구축 100억원 등 1500억원에 불과하다.
IMF관리체제에 접어들면서 정부 차원의 연구비 및 사업재원 조달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나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정책의 혼선과 추진력 부재라는 지적이다. ITS사업을 총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조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부처간 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제자리를 맴도는 사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교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교통정보서비스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한 ITS관련 프로젝트가 서울시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제자리를 맴돌고 있으며, 시범사업까지 실시했던 서울시의 시내버스도착정보안내시스템(BIS) 사업이나 전자통행료징수(ETC)시스템 구축사업도 미로를 헤매고 있다. 또한 건교부가 추진한 과천시 ITS 시범구축사업의 경우 서울시와 안양시의 연계·확대 방안이 설계단계에서는 검토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교통부문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최근 정부가 마련한 교통체계효율화법은 정부 또는 정부투자기관 등 관 위주로 시행하게 되어 있어 최근 2∼3년간 15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각종 교통정보시설 구축에 투자해온 민간업체의 추가 투자의욕을 오히려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모든 것이 혹시 한건주의에 입각한 행정 편의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점에서 최근 건교부가 국가ITS 구축계획을 전면 재검토, 연말까지 수정안을 마련키로 한 것은 만시지탄이 없지 않으나 다행스런 일이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혼선을 거듭하던 ITS구축사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해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 신뢰받을 수 있는 종합적이고도 다양한 ITS관련 정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국가경쟁력의 근간이 SOC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SOC와 직결되는 교통정보화 부문에 대한 투자확대야말로 국가 및 기업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IMF로 추락한 우리의 국제신인도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란 점을 정부 관계자들은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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