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PC시대.. "윈텔 아성"이 불안하다

 인터넷 이용자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다양한 디지털 단말기가 출현하면서 이른바 포스트 PC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PC세계를 지배해온 윈텔(윈도+인텔)의 아성도 위협을 받고 있다.

 90년대 초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의 확산으로 PC가 메인프레임을 대신해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 매체로 자리잡으면서 IBM의 지배력이 무너져 내렸던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포스트 PC시대의 도래로 윈텔이 IBM의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포스트 PC시대의 도래는 수많은 디지털 단말기의 출현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스리콤(3콤)의 팜컴퓨터를 비롯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휴대전화와 TV 세트톱 박스 등을 손꼽을 수 있다.

 복잡한 기능의 PC 대신 용도가 단순하면서도 사용이 간편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요구)와 인터넷 사용인구의 폭발적 증가가 이같은 제품 출현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인터넷이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의 중심에 자리잡으면서 복잡하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PC보다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단말기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회사인 IDC는 이와 관련, 현재는 인터넷 접속 인구의 90% 이상이 PC를 이용하고 있으나 그 비중이 점차 낮아져 오는 2002년엔 6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웹폰과 팜컴퓨터 등 새로운 디지털 단말기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2002년에 이르면 이들 포스트 PC형 디지털 단말기의 판매량이 PC를 능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새로운 디지털 단말기의 대부분은 PC와 달리 윈도로 운용되고 있지 않으며 인텔 칩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윈텔의 미래가 불안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포스트 PC시대가 도래하면서 윈텔의 IT산업 지배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는 반면 경쟁 운용체계(OS)나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장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MS와 인텔은 모두 새로운 환경에서도 IT산업의 강자로 남기 위한 새로운 전략 구상에 여념이 없다.

 MS는 PC세계에서 확립한 윈도의 영향력을 새로운 디지털 단말기분야로 확장하기 위해 윈도를 단순화시킨 윈도CE를 개발,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 제품이 겨냥하고 있는 세계 핸드헬드 기기시장에서 이 제품의 점유율은 현재 25%로 스리콤의 팜 OS의 43%와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 영국 사이언과 일본 샤프의 소프트웨어가 윈도CE를 바짝 뒤쫓고 있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웹폰 분야만 보면 일본 마쓰시타가 윈도CE를 채택키로 한 반면 휴대전화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핀란드의 노키아와 스웨덴의 에릭슨, 미국 모토롤러 등이 모두 사이언을 채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MS가 미국 무선통신 서비스업체인 넥스텔 커뮤니케이션스에 6억 달러를 투자키로 한 것은 이 분야에서 윈도CE의 영향력 확대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터넷과 TV를 결합시키는 수단이 될 세트톱 박스분야에서도 MS는 거대 케이블업체인 TCI 등을 거느린 AT&T에 5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계기로 윈도CE의 보급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AT&T는 그러나 MS에 소프트웨어 독점 공급권을 부여하지 않고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소니·네트워크컴퓨터 등으로부터도 대화형 소프트웨어를 공급받는 등 특정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윈텔의 또다른 한 축인 인텔도 스트롱ARM 칩을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적극 파고들면서 수요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스리콤이 자사 팜컴퓨터에 모토롤러 칩을 채택하고 있는 가운데 밉스와 내셔널 세미컨덕터도 새로운 디지털 단말기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세트톱 박스분야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통신용 칩 제조업체인 브로드컴이 자체 개발한 그래픽칩과 MPEG 디코더를 밉스 프로세서와 연계시킨 제품으로 이 분야 진출에 적극 나서는 한편 시스템온칩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내셔널세미컨덕터·히타치·ATI테크놀로지스 등이 시장 선점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인텔도 이에 맞서 스트롱ARM과 셀러론에 기반한 세트톱박스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있는데 PC분야와는 달리 이 분야에선 MS를 비롯해 리눅스업체, Be 및 윈드리버시스템스 등 여러 OS업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텔의 이같은 움직임은 포스트 PC시대의 도래라는 상황 변화에 따라 앞으로 윈텔 아키텍처를 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귀추가 주목된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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