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오라이온 위성의 궤도진입 실패로 국내 위성방송사업자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데이콤이 이 위성의 궤도진입 실패를 계기로 위성발사를 공식적으로 포기, 한국통신의 무궁화 위성을 활용해 위성방송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움에 따라 그동안 두개의 위성체를 상정해 위성방송사업자의 단일화 방안을 모색해왔던 위성방송사업자간 역학관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데이콤의 자회사인 DSM측은 위성의 발사 실패로 입지가 상당 부분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위성플랫폼사업에 전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여건이 좋아졌다며 반전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위성체간 역할 분담, 국적·비국적 위성에 대한 새로운 개념 도입 등을 통해 한국통신측을 공박해왔던 DSM측은 『위성체사업자와 위성방송사업자는 분명히 차원을 달리한다』는 논리를 집중적으로 개발, 향후 위성방송사업자 단일화 문제에 접근해갈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SM이 현재 처한 위치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현재 데이콤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LG와 삼성 사이의 지분 싸움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위성방송사업의 전면적인 수정 가능성도 예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은 데이콤의 위성 발사 실패로 위성방송사업자 단일화 협상에서 상당 부분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부사장 직속으로 위성방송사업을 전담할 전략팀을 구성하면서 위성방송사업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물론 한국통신이 위성플랫폼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지 아니면 위성방송사업자가 무궁화위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그칠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 없다. 앞으로 위성방송전략팀의 역할이 주목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현재로서는 한국통신이 위성방송사업에 진출하는 데 최대 걸림돌은 「통신사업자의 방송사업 진출」 문제다. 물론 미국 등지를 중심으로 장거리전화사업자가 케이블TV업체를 인수하는 등 통신과 방송의 칸막이가 느슨해지는 움직임도 일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는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
한국통신의 위성방송사업 진출 여부가 아직까지 핫이슈로 등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거대 통신사업자가 방송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스러운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 한국통신이 위성방송사업자에게 위성체만 임차해주면 되는 것이지 굳이 위성플랫폼사업에까지 진출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미 일부 방송계 전문가들은 한국통신이 방송시장에 진출할 경우 예기치 않은 「폐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례로 위성방송의 가입자 모집시 시내전화서비스를 끼워 파는 등 불공정 거래가 일어날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으로도 시내전화사업자가 방송사업에 진출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통신과 DSM을 제외한 대기업들은 데이콤의 위성 발사 실패로 예전보다 교섭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통신과 DSM을 왔다 갔다 하면서 단일사업자 구성 논의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한국통신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공론화되지는 않았으나 KBS·EBS 등 현재 위성방송을 시험 송출하고 있는 사업자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향후 위성방송사업자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KBS가 위성방송사업에 상당한 욕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KBS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이다.
따라서 방송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KBS가 독자적으로 위성방송사업자로 허가받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한국통신과 DSM 사이에 구성되는 단일 사업자 이외에 별도의 위성방송사업자가 생기는 꼴이 된다.
그러나 KBS 등 지상파방송사들이 직접 위성방송사업자 허가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지상파방송사는 위성 프로그램공급사(PP)로 참여하면 된다는 논리다. 아날로그 위성방송 시대에는 위성방송 채널이 몇개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입자 관리나 세트톱박스 보급이 쉬웠으나 디지털 위성방송시대에는 유료 채널이 엄청나게 많이 생기기 때문에 KBS 등 지상파방송사들이 직접 위성방송사업에 진출할 필요가 없으며 마케팅이나 가입자 관리, 세트톱박스 보급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최악의 경우 가입자들은 별도의 세트톱박스를 구입해야 한다. 물론 세트톱박스 규격도 이원화될 수밖에 없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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