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와 LG반도체를 통합하는 반도체 빅딜이 사실상 타결됐다고 한다. 지난해 7월 반도체 통합협상이 시작된 지 9개월만의 성사다.
우리는 그동안 인위적인 반도체 빅딜에 대해 많은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전체 사업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대승적 판단에서 내린 단안임을 의심치 않고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인 자세로 이의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5대 그룹 사업구조조정의 최대 현안이었던 반도체 빅딜이 타결된 것은 해당 그룹은 물론 국가경제의 대외신인도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여타 대그룹의 사업구조조정을 잇달아 성사시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그동안 반도체 기술자의 이직과 생산성 저하, 바이어의 이탈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해당 반도체업체들은 물론 장비·소재·재료산업 등 관련업체들도 당장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제2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양사의 통합법인이 출범할 경우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제1, 제2의 D램 반도체 회사를 갖게 되며 이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가격 결정 등 영향력의 증대뿐 아니라 수출에 있어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되는 등 명실상부한 세계 반도체 중심국으로 부상한다는 의미도 있다.
특히 기술적으로는 그동안 개별회사가 가지고 있던 초고속 반도체 분야나 대용량 반도체 분야의 기술을 골고루 갖추게 됨으로써 고도의 첨단 산업인 반도체 기술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중복투자 방지와 연구개발비·판매관리비의 절감 등 통합법인의 출범으로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반도체 통합이 완전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번 반도체 빅딜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방법상의 문제나 절차 등을 놓고 야기된 갈등과 이견, 다시 말해 그동안의 혼란으로 야기된 문제를 하루 빨리 해소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신인도를 확보하는 일이나 생산성 향상 노력도 시급한 과제다.
두 회사의 상이한 사업전략, 마케팅 및 상품기술의 조화문제도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이천공장(현대)과 청주·구미공장(LG) 등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생산공정의 통합 또는 공장의 효율적인 운영문제 등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비 및 재료산업은 앞으로 반도체 통합으로 인한 시장규모의 축소와 선의의 경쟁제한 등으로 오히려 위축되거나 업체에 따라선 아예 도태되는 최악의 국면을 맞이할 소지도 있다.
이미 상당수의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이번 빅딜 과정에서 큰 수요처를 잃게 되자 외국 업체에 회사를 넘기거나 다른 사업으로 방향전환을 모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나마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들도 덤핑판매 등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해온 실정임을 고려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몸집이 커진 한국 업체들에 대한 미국·일본 등 외국의 견제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반도체 빅딜이 자칫 미국과의 새로운 통상쟁점으로 비화할 소지도 있다.
이미 미국 의회와 반도체업계가 우리나라의 반도체 빅딜이 무역협정 위반이라면서 미 행정부에 이를 저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외신의 보도다.
따라서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반도체 빅딜에 무역법규 발동이나 IMF와의 약속위반 운운하면서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반도체 통합을 완전 매듭짓기까지는 세부 후속사항의 합의와 이행 등 아직도 많은 난제가 있다.
하지만 국가경쟁력 강화와 대외신인도 제고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추진과정에서 노출된 양사간의 앙금을 하루 빨리 걷어내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인력승계문제의 원만한 타결을 비롯하여 경영의 투명성 확보, R&D 강화 등 현안해결에 최우선을 두는 한편 대외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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