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창조> 인사이트테크놀로지

 인사이트테크놀로지(대표 이기철)는 국내 유일의 광 주크박스 관리 소프트웨어(Optical Jukebox Management SW) 개발업체다. 대기업 출신 엔지니어들이 뭉쳐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는 틈새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는 점에서 이 회사는 전형적인 벤처기업이다.

 주크박스란 동전을 넣으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자동전축. 광 주크박스는 음악 대신 5.25인치나 12인치 광디스크가 수십장 들어있는 대용량 저장장치다. 로보틱 암(Robotic Arm)이 움직이면서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도록 해준다. 데이터 저장량은 디스크 슬롯 수에 따라 최소 80기가바이트에서 약 5테라바이트로 문서관리시스템(EDMS)과 그룹웨어시스템, 금융권의 거래내역 데이터 보관을 위한 COLD(Computer Output to Laser Disk)시스템, 또 일반기업체에서는 리얼타임(Real Time) 검색이 필요 없는 일반 컴퓨터 데이터의 저장용으로 주로 쓰인다.

 이 주크박스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는 인사이트테크놀로지가 뛰어들기 전까지 전량 미국에서 수입됐다. 솔라리스·스팍·HP-UX 등 서버 운용체계(OS)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시스템 OS를 꿰뚫고 있지 않는 한 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사이트테크놀로지는 이 기술개발의 사각지대에 승부를 걸었다. 『사실 주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우리는 IBM·HP·선처럼 경쟁력 있는 서버나 그 서버에서 돌아가는 OS를 만들어 본 적도 없고 디바이스인 주크박스조차 생산하지 못하는 실정 아닙니까.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여러 종류의 서버와 다양한 주크박스를 연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겠냐는 거였죠.』

 이기철 사장(40)은 창업 당시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이 사장은 엔지니어에서 출발한 베테랑 기술영업맨. 그는 삼성전자 시스템사업부에서 EDMS 판매를 담당하면서 1년에 걸쳐 꼼꼼하게 시장조사를 해본 결과 국산 주전산기 OS 개발경험이 있는 엔지니어들이 모인다면 광 주크박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 사장은 5∼7년간 현대전자에서 주전산기 OS와 드라이버를 개발했던 엔지니어들을 찾아가 사업계획서를 보여주며 끈질기게 창업을 권유했고 결국 이건오 팀장을 비롯, 4명이 인사이트테크놀로지에 합류했다.

 『사실 고생은 불을 보듯 뻔했습니다. 개발이 시작되면서 퇴근이라는 말을 아예 잊고 살았죠.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놓고 전기장판과 담요로 새우잠을 잤습니다. 그리고도 월급은 대기업에 다닐 때의 절반 수준이었어요.』

 이 사장은 솔라리스(Solaris) 버전을 개발할 때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꺼낸다. 시스템 한 대를 다섯 명의 엔지니어가 함께 쓰다 보니 시스템이 걸핏하면 다운됐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로부터 겨우 장비사용 허락을 받아내자 급한 마음에 전 직원이 짐을 싸들고 갔는데 마침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연휴라 그 회사 직원들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외국계 회사라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3일 동안 먹고 자면서 일을 계속했다.

 『연휴가 끝난 후 썬사의 담당 과장이 우리를 보고 기겁을 하더군요. 화장실에서 겨우 세수만 하고 사흘을 버텼으니 모두 산사람처럼 덥수룩해진 얼굴에 눈빛만 빛나고 있었던 거죠. 그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며 장비를 우리 회사로 가져갈 수 있도록 대여해 주더군요.』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인사이트테크놀로지는 국산 주전산기용 OS인 유닉스웨어(UNIXWARE)와 HP-UX·솔라리스 등 세 가지 버전의 주크박스 소프트웨어 「이지스토(EZStor)」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올초 청와대 전산실 및 한국전력 본사와 발전소·식품의약청 등에 이지스토를 납품하고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해외 마케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의 유통사 닛쿄(Nikkyo), 미국의 광 주크박스 생산업체인 맥솝티스(Maxoptix)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데이터 백업 소프트웨어와 SAN(Storage Area Network) 관련 제품으로 사업아이템을 늘린다면 내년에는 200만달러 상당의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이 회사 직원들은 자신한다. 세계적인 저장장치 솔루션 개발업체가 인사이트테크놀로지의 목표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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