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사이버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를 뽑아준 네티즌들에게 보답하려면 앞으로 6개월 동안 바쁘게 뛰어야겠죠.』
지난 12일 개원한 사이버 개혁국회 초대의원 신철호씨(28)는 연세대 정치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정치학도. 넷츠고 주최로 전국 2만3653명 의 네티즌이 투표한 온라인 선거를 통해 사이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신씨는 「정치증권」이라는 독특한 실험을 해 보겠다는 선거공약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정치증권이란 기업 대신 국회의원이 상장 주체가 되는 제도입니다. 의정활동 결과에 따라 의원들의 주가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죠. 국익에 보탬이 되는 정책을 내놓게 되면 그 의원의 주가는 상종가를 기록하는 겁니다. 반대로 부정이나 실책을 저지른 의원의 주가는 하루아침에 폭락하게 되는 거죠. 결국 정치에도 소액주주운동처럼 유권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황당한 얘기로 들리지만 가상공간에서라면 얼마든지 이같은 모험이 가능하다고 그는 믿는다. 정치증권이 발행되면 의원 개인과 유권자들 간에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고 우리 국민들의 정치의식도 한결 성숙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철호씨는 정치증권 이외에도 기업의 전략과 제품개발에서부터 사회문제, 정치제도에 이르기까지 무려 120가지의 제안서를 쓸 준비가 되어있는 말그대로 「아이디어맨」. 데이콤에 가정용 082 자동다이얼 장치, 나우콤에는 가상현실을 이용한 통신시스템 제안서를 낸 적도 있다. 경호업체 진돗개시스템에는 GPS와 스쿨폴리스를 결합한 학교 폭력 근절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두루넷에서는 요즘 그가 제출한 「모델 키우기」의 사업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모델 키우기란 두루넷 가입자들이 영상채팅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하면 두 사람이 결혼했을 경우 태어날 아이의 모습을 시뮬레이션 해주는 재미있는 서비스. 또 자신의 얼굴을 성형수술 했을 때 결과를 보여주는 사이버병원이나 영화감독의 신인배우 캐스팅에 활용될 수 있는 사이버 모델 등록센터로도 운용할 수 있다. 그동안 제안했던 아이디어 중 채택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신철호씨는 머쓱한 표정이 된다.
『솔직히 제 아이디어가 현실화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참신하긴 하지만 현실성이 없다거나 이미 비슷한 사업계획이 서 있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당하곤 했죠. 하지만 늘 새로운 생각,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 제겐 보람있는 일입니다.』
사실 신철호씨는 국내 대기업들이 그의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할 만한 문화적 풍토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실망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가상공간은 얼마든지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네티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사이버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도 앞으로 멀티 온라인 회의시스템이 갖춰진 사이버 의사당에서 500여명의 관람객과 함께 멀티채팅을 하면서 현실세계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들을 토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계 개편, 내각제 개헌, 실업자가 양산되는 구조조정, 국민연금의 일방적인 확대 문제, 그리고 페리 보고서와 관계된 대북정책 문제까지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극복을 위한 방안을 심도있게 다뤄보고 싶습니다.』
신철호씨는 최근 대학생들의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LG 21세기 선발대」에도 지원서를 냈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실시되는 타운 미팅(마을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 일종의 직접 민주주의 제도)을 견학하면서 인터넷이 과연 고대 아테네식 폴리스 정치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인지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신철호씨의 진짜 꿈은 현실세계의 정치인이다. 사이버 국회의원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시험무대인 셈이다. 그는 홈페이지(suny.yonsei.ac.kr/∼netclaus)에 사이버 국회의원으로서의 의정활동계획과 함께 미래 정치인으로서의 포부가 담긴 「70년 평생계획」을 올려놓고 있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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