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AS전문기업> 소비자 사로잡는 "동아줄"

 애프터서비스(AS)전문화시대가 열리고 있다. 80년대 초 중대형컴퓨터를 중심으로 컴퓨터 AS전문업체가 등장한 후 최근 몇 년 사이 PC AS전문업체에 이어 가전업체들이 서비스부문을 별도회사로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AS전문화시대를 맞고 있다. 제조업체의 제품판매의 한 수단에 불과했던 AS가 부가가치사업으로 변한 것이다. 단순히 제조업체의 서비스부문이라는 개념을 벗어난 AS사업. 새롭게 등장한 이 부문의 사업전망과 주요 업체들의 활동을 살펴본다.

<편집자>

 각종 전자제품의 고장을 수리하는 AS업무. 이제 더이상 제조업체의 고객만족서비스를 위한 후선업무가 아니다. 각종 전자제품의 이용확대와 함께 서비스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의식이 달라지면서 이제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일반인들은 서비스비 징수에 거부반응이 적지 않지만 이제 서비스도 손익을 창출하는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잡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전자산업이 시작된 60년대 초까지만해도 AS는 전파상의 몫이었다. 70년 초반까지 사람들은 전자제품이 고장나면 전파상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내수시장을 둘러싼 전자업체들 사이의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가전업체들이 판매지원수단으로 AS부서를 운영하면서 AS여부가 중요한 제품구매 결정 포인트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전업체를 중심으로 전자업체들은 당초 판매지원에서 더 나아가 판촉수단으로 AS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3사의 경쟁체제가 자리잡은 70년대 후반부터는 AS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됐다. AS의 경쟁우위가 제조부문 우위로 나타나기까지 했다.

 가전시장에서 후발업체였던 삼성전자가 신속한 AS를 내세워 소비자들을 파고들면서 내수시장에서 LG전자와 선두다툼을 벌였으며 삼성전자를 따돌리기 위한 LG전자의 AS분야에의 엄청난 투자와 노력은 지금까지 관계자들 사이에 AS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결국 AS를 잘 하는 기업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상황은 AS조직이 점차 확대되는 현상을 낳았고 IMF 이후 분사라는 형태로 AS가 별도 사업으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컴퓨터부문에서 AS의 중요성은 가전 못지 않다. 컴퓨터부문에서 AS사업은 사실 중대형컴퓨터의 AS전문업체의 등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0년대 초에 IBM컴퓨터를 유지보수하는 몇몇 컴퓨터가 있긴했으나 87년경 코디스코가 IBM중대형컴퓨터를 전문적으로 유지보수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90년들어 PC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PC와 주변기기 AS전문업체들의 등장이 예견됐다.

 그러다 최근 몇년 사이 서비스뱅크·컴닥터119·삼보서비스·명정보기술·씨앤씨 등이 AS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사업에 나서면서 AS도 사업의 한 분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1∼2년 사이 대우전자·삼성전자·LG전자가 차례로 서비스전문회사를 세우면서 명실상부한 전자제품의 AS전문화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AS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AS는 제조부문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제품판매 확대에 기여한다. GE나 필립스, 소니 등 미국이나 서구 유럽, 일본 업체들이 우리나라에 진출해 세계적인 브랜드인지도를 앞세우고도 시장을 넓히지 못하는 것은 바로 AS부문에서 국내업체에 뒤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서비스전문업체는 뭐니뭐니해도 가전부문이다. 국내 3대 가전서비스업체들은 모두 2000명 내외의 전문인력으로 전국을 커버하는 서비스센터체제를 구축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면에서도 대단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고객들의 AS요청을 대부분 당일처리할 정도로 활발하다. 80년대 초부터 서비스사업부를 별도회사로 설립한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 규모나 기술적인 면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

 물론 가전업체들이 세계최고 수준의 AS능력을 갖추기 위해 과열경쟁을 벌이면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현재는 다시 1년으로 환원됐지만 보증수리기간을 2년 이상으로 늘리기도 했고 원가의 20∼30%정도 밖에 안되는 AS요금체계를 만들기도 했다.

 이에 못지않게 컴퓨터 서비스전문업체들의 활동도 눈여겨 볼만하다. 서비스뱅크는 그동안 PC 중심으로 해오던 AS사업을 워크스테이션·소프트웨어 등으로 확대하면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고 그동안 IBM 유지보수업무에 주력해온 코디스코도 유지보수업무를 HP 등으로 늘리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컴닥터119·911컴퓨터·휴먼씨앤씨 등 컴퓨터 AS전문업체들은 가맹점사업을 강화해 유통망을 늘리고 있고 하드디스크드라이브 AS전문업체인 씨앤씨도 그동안 쌓아온 「명성굳히기」에 경영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AS전문시장 규모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시장규모는 서비스업체들의 AS처리 건수를 통해 추정할 수밖에 없다.

 가전제품과 컴퓨터·통신제품을 망라해 생산하는 삼성전자제품을 AS하는 삼성전자서비스를 비롯해 LG전자서비스·대우전자서비스의 경우 한달에 적게는 20만건에서 많게는 60만건에 이르는 서비스를 처리하고 있고 삼보서비스·서비스뱅크도 각각 한달에 1만건 이상의 고장수리를 처리하고 있다. 이들 대형업체들이 처리하는 AS건수만해도 한달에 150만건이 넘는데 여기에 중소업체 상품이나 외산가전 AS, 조립 PC AS수요 등을 감안하면 한달에 200만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가전부문이 5000억원, 컴퓨터와 정보통신부문이 1000억원 등 모두 합쳐 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단일시장으로 결코 소홀히 할 시장은 아니다.

 하여튼 서비스전문업체들의 등장은 산업적인 면에서 해당업체들 사이의 경쟁체제라는 어찌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긴 하지만 중소제조업체와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다.

 그동안 제조기반에 비해 열악한 AS체제를 갖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있어서는 AS가 사업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바로 이러한 업체들이 AS전문업체와 서비스대행계약을 맺음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처리를 통해 지출하는 경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소비자들대로 해당업체에만 의뢰해야 했던 AS요청을 서비스업체에 손쉽게 맡길 수 있게 됨은 물론 제품구입에 있어서 AS여부에 대해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돼 제품선택의 기회가 그만큼 넓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시장이 새로운 사업의 영역으로 자리잡힐 경우 토털서비스를 내세우는 종합AS접문업체와는 달리 그동안 틈새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영위해온 AS전문업체들의 활약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고기술을 요하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 AS전문업체나 가정에 있는 PC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인 고장을 수리하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컴퓨터 AS전문업체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제 형성기에 접어든 AS시장이 성장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몇가지 보완돼야 할 점이 있다. 서비스는 무조건 무상으로 처리돼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변화와 함께 품질보증기간을 법으로 정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소비자 인식은 AS업계 스스로가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지만 보증기간을 법으로 규정한 것은 AS사업 활성화를 위해서 정책적인 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AS기간이나 내용은 제조업체나 AS업체들의 판촉수단이 될 수 있도록 자율에 맞겨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박주용기자 jy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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