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지상파 디지털방송이 재원 부족과 관련법의 미비로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통부는 오는 2001년부터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실시한다는 방침 아래 올 10월부터 실험방송을 실시하고 내년부터 시험방송에 들어가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상파방송의 디지털화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방송사들의 경우 오는 2010년까지 디지털방송에 소요되는 2조2422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길이 막막한 데다 관련법의 미비로 정부측도 방송사의 재정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지상파 디지털방송에 소요되는 2조2422억원 가운데 2005년까지 전체 비용의 77.7%인 1조7424억원 가량을 디지털방송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방송사의 재정 상황이 획기적으로 반전될 뚜렷한 호재가 없는 데다 방송개혁위원회가 방송사측에 공적기여금·방송발전자금 등 각종 부담금을 징수한다는 방침을 마련한 상태여서 방송사들이 실제로 디지털방송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방송에 들어가는 예산은 표준화질(SD)TV방송을 염두에 두고 추산된 것인데 고화질(HD)TV방송으로 전환할 경우에는 연주소 시설은 SDTV의 2.5배, 송중계 및 링크장비는 SDTV의 1.2배 정도가 추가로 들어 총 5조원 이상의 디지털 전환비용이 필요하다는 게 방송사측의 주장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은 별로 많지 않다. 그동안 방송개혁위원회나 정통부 등은 방송발전자금 및 정보화촉진기금 지원, 관세 및 세제 감면, 재정 특별융자, 수신료 인상, 중간광고 허용 등의 방안을 제시했으나 현재까지 가시적으로 드러난 지원방안은 정통부가 정보화촉진기금에서 50억원 정도를 실험방송에 지원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방송사측이 요구하고 있는 방송발전자금 지원, 수신료 인상, 관세 및 세제 지원, 재정지원 등의 방안은 정부부처간에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어서 특정 부처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는 사안인 데다 관련법의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우 디지털방송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 우리나라도 특별법은 아니더라도 디지털방송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지원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디지털 방송에 대한 논의가 주로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디지털방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측면의 장비 개체 못지 않게 프로그램 공급이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의 디지털 전환작업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도외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방송사들은 디지털방송을 실시할 경우 예상되는 프로그램 부족 사태에 대비해 기존의 아날로그 프로그램을 디지털방송용으로 변환해 사용하거나 영화용 필름으로 제작된 것을 HD급으로 변환해 사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들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이 얼마나 만족해 할 지도 의문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착실한 준비과정 없이 디지털방송이 진행될 경우 현재 시험방송중인 위성방송처럼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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