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과학의 달이다. 또 오는 21일은 32번째 맞는 과학의 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지자체·과학기술단체 등이 오늘부터 한달 동안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생활의 과학화를 촉진하기 위한 각종 행사를 다채롭게 펼친다.
이들 과학행사는 과학기술입국 실현을 통한 창조적 지식기반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천명하고 일반인과 청소년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켜 과학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과학의 달을 맞아 우리 과학기술의 현 주소를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과학기술이 국력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이고 과학기술이 앞선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다가오는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시대가 될 것으로 모두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력은 경제력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GDP) 규모에서 세계 10위권 안팎의 경제력을 자랑하지만 과학기술 경쟁력은 그에 걸맞지 않게 훨씬 낮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원탁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규모는 세계 3위, 연구개발 절대 투자규모는 7위지만 종합적인 과학기술 경쟁력은 28위로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경쟁국인 대만(7위)과 싱가포르(9위) 등에도 크게 뒤진다고 밝혔다. 투자규모는 선진국에 뒤지지 않지만 실속이 없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그동안 외쳤던 과학기술입국의 노력이 얼마나 허상이었던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IMF사태를 맞게 된 것도 높은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다. 긴 안목에서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남의 기술을 베끼거나 도입하고 금방 돈을 벌 수 있는 인기분야에만 집중 투자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까지는 선진국들의 노후기술 이전 등에 따른 기술도입으로 경제발전의 추진력을 유지해올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정보통신·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은 물론 전자 등 기존 산업의 첨단기술에 대해서도 기술이전의 거부나 고가의 로열티 요구로 사실상 기술도입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선진국의 기술이전 기피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독창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뿐이다. 선진국과의 기술교환을 위해서도 이제 이것이 요구된다. 독자적인 첨단기술을 갖고 있으면 로열티도 싸게 할 수 있다.
그동안 기술개발의 밑바탕이 되는 기초과학 육성과 산학협동 강화는 하나의 명제였다. 과학기술부 장관마다 이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으나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또 국가연구개발사업이 각 부처로 분산돼 있고 이들 부처가 이기주의를 앞세워 합리적인 투자를 외면하는 바람에 정부조직개편이 있을 때마다 과학기술 행정부처의 통폐합론이 거론되는 등 과학기술정책의 근간까지 흔들려 왔다.
여기에 과학행정이 연구개발을 지원하기보다는 간섭으로 일관해 왔다. 출연연이 빈번한 구조조정으로 안정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첨단 과학기술의 낙후, 독창적 기술력 부재 등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당면한 문제점은 현재까지 좀처럼 개선될 줄을 모르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과학기술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각 부처의 사업추진 성과를 매년 조사·분석·평가하고 2002년까지 연구개발 예산을 정부 예산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특히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 과학기술 종합조정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당국자들의 과학마인드가 바뀌지 않는 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연구개발은 21세기를 향한 우리 경제개발 전략의 주요 초석 중 하나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정부와 국민 사이에 과학 마인드가 자리잡아야 한다. 정부가 올해 과학의 달 주제를 「새로운 천년 과학기술과 함께」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0년대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소홀했던 결과로 90년대 경제발전에 빨간불이 켜졌듯이 오늘의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나 관심 소홀은 21세기의 국가경쟁력 향상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정부는 30여년 전 과학의 날을 제정한 뜻을 살려 과학기술 발전에 강력한 정책의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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