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의 짝 찾기가 부른 연쇄 살인극.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는 지독하게 잔인하면서도 개그적인 상상력으로 결국은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영화다. 단 두편의 단편영화 경험만을 가진 제임스 허스 감독은 데뷔작으로 독특한 프랑스판 코믹잔혹극을 만들었다. 아파트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시공간적 제약을 오히려 스피디한 감각과 긴장감으로 역이용하는 감독의 연출력이 신선하다.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는 끔찍한 시각적 효과를 군데군데 박아놓았지만, 그러다가도 장난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감독의 재기발랄한 농담과 유희를 엿듣는 즐거움이 있다.
호화 아파트에 사는 추리소설작가 클레 도스테(미셸 라호크 분)는 35세 생일을 앞두고 중요한 결단을 내린다. 함께 가정을 꾸미고 아이들의 아빠가 될 사람을 선택하는 것.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좋아하는 4명의 남자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클레는 여동생의 충고를 받아들여 생일 전날 모두 같은 시간에 자신의 아파트로 초대한다. 샤샤, 하킴, 찰스, 위치 등 클레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모두 모이고 다소 어색한 만찬이 시작된다. 같은 시간 그녀의 집 근처에서 발생한 2인조 강도사건 때문에 셀리에 형사(알베르 디퐁텔 분)는 잠복근무중이다.
처음에는 다 잘될 것이라 믿었던 클레의 만찬은 그녀의 사소한 실수 때문에 갑자기 살인극으로 변한다. 요리를 준비하던 칼이 샤샤의 심장에 꽂히고 그의 손이 믹서기에 들어가 소스의 재료가 되는 것을 시작으로, 깨진 유리조각에 찔려 죽거나, 스케이트날에 두개골이 파괴되는 등 4명 모두 운명을 달리한다. 우발적인 살인이 계속되는 것도 악몽이지만 예고없이 클레의 집을 들이닥치는 셀리에 형사의 눈을 피해 시체를 감추는 클레의 노력도 눈물겹다.
겨우 정신을 차린 클레는 여동생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지만 그녀는 오히려 광란의 젊은이들을 몰고와 깜짝 파티를 열며 집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한바탕 난리법석이 벌어지고 난 뒤 클레와 여동생은 시체를 치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때맞춰 2인조 강도가 집에 들어온다. 숨돌릴 틈도 없이 셀리에 형사까지 들이닥쳐 이들의 만찬은 더욱 엉망이 된다.
가끔 색다른 외식을 즐기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즐거운 경험이 될만한 영화. 마치 싸구려 대중소설에서 삶의 진솔함을 발견하듯 감독은 시작부터 끝까지 대중적 코드의 유치함과 긴장감을 적절히 섞어놓는다. 이 영화에서 아파트라는 공간은 다양한 상상력이 분출되는 또다른 주인공이다. 클레의 남자친구 4명이 아니라 하필 형사에게 디저트가 필요없는 이유는 영화의 맨 마지막 부분에 숨어 있다. 원제는 「Serial Lover」. <자유기고가 엄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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