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네트워크업체들의 영업조직이 속속 정비되고 있다. 올해들어 가속도를 더한 이들 업체의 영업조직 개편은 한결같이 국산 네트워크제품의 영업력 강화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네트워크 국산화 바람이 올들어 태풍으로 변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네트워크업체들의 영업조직 개편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자체 조직개편을 통해 영업조직을 강화하는 형태다. KDC정보통신의 경우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기존 3개 사업본부를 5개 사업본부로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설되는 전송사업본부는 국가 초고속망을 전담하는 부서로 공공 프로젝트부문 중 초고속망부문을 특화시켰으며 승격된 채널마케팅사업본부는 계측기·영상회의시스템 등 네트워크와 다른 별도의 분야를 포함시켰다. 이같은 조직개편을 통해 이 회사는 올해 국산 네트워크 제품을 집중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채널마케팅사업본부를 통해 홈네트워킹 제품의 공급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직판영업조직의 분사를 단행했다. 네트워크 영업조직을 슬림화하는 한편 기술개발에 전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분사된 조직을 통해 자사 개발품을 집중 공급하는 한편 분사조직은 기존 대기업 영업조직보다 발빠른 체계를 갖춰 시장을 확대한다는 「일거양득」의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쌍용정보통신도 최근 직판영업을 줄이고 총판점이나 협력업체를 통한 채널유통을 강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대량 유통전략을 본격화했다. 이 회사는 이같은 영업전략으로 자사의 소형라우터를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만5000여대를 판매한다는 계획 아래 자사가 개발해 공급하고 있는 랜카드·허브 등 국산장비의 시장점유를 대폭 확대, 올해를 네트워크 장비 국산화의 뿌리를 확고히 다지는 해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국내 네트워크업체들의 영업조직 개편은 크게 네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 시장확대 전략이다. 네트워크 장비시장은 국가의 초고속망과 함께 게임방·교실망뿐만 아니라 최대시장인 전자상거래시장 개화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호재(?)로 연속되는 시장을 외산제품의 향연장으로 만들 수 없다는 위기감이 국산제품 위주의 영업조직 개편을 부채질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이익확대의 차원이다. 네트워크 구축(NI)사업의 경우 노동력을 파는 사업이라는 인식과 함께 부가가치 창출면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자체 개발한 제품의 공급을 통한 이익 극대화와 기업경영 개선의지가 영업조직 개편에 담겨 있다.
셋째 자체 경쟁력 확보다. 하나의 조직에 개발과 영업이 묶여 있을 경우 사업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진다. 결국 느슨한 조직운영은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되고 매출저하라는 결과를 부른다. 조직 이원화를 통해 영업에 배수진을 침으로써 조직원 모두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지막으로 정보통신기술의 대세다. 네트워크업체인 L사의 한 임원은 『통신만 강조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젠 「정보」에 힘을 싣는 기업경영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영업조직 개편은 기술의 흐름이 데이터통신 위주로 발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주권은 우월한 시장점유율이 바탕이 되어야만 행사할 수 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영업조직을 개편하고 기술개발 조직을 강화하는 것은 외국 네트워크업체들의 급속한 기술발전과 시장확대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대기업과 전문기업들의 최선의 방어책』이라며 『이같은 기업들의 몸부림에 정부와 소비자 모두 호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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