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 IBM 로열티 협상에 "비상"

 국내 PC업계가 PC관련 특허를 갖고 있는 외국업체들의 로열티 증액 요구로 협상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주요 PC제조업체들의 로열티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IBM·마이크로소프트(MS) 등 PC관련 각종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 정보기술(IT)업체들은 최근 국내 PC제조업체들과 PC제조 및 설계, 운용체계(OS) 등에 관한 로열티 재협상을 추진하면서 로열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PC제조업체들은 올 들어 신형 PC에 CD리라이터블(CDRW)·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롬 드라이브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 탑재를 적극 모색하고 있어 앞으로 이와 관련한 로열티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PC업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로열티는 전체 금액기준으로 볼 때 작년비 40% 가량 늘어난 1500억원 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가 PC기종의 경우 외국 IT업체들에 지불해야 할 금액이 대당가격의 최고 10% 수준까지 육박할 전망이다.

 미국 IBM사는 국내 주요 PC제조업체들과 3년마다 체결하는 IBM PC설계 및 제조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이 지난해 말로 마무리됨에 따라 최근 재협상을 벌이면서 PC제조업체들에게 수출 및 생산량 증대에 따라 『기존에 지불했던 연간 로열티보다 30∼40% 가량 증액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내 PC제조업체들은 IBM 측이 계약조건 및 내용에 대해 각 업체별로 다소 차이를 둔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 들어 일제히 PC생산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PC제조업체 가운데 삼성전자는 IBM과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고 IBM사의 합작사인 LGIBM은 로열티 부담이 현안으로 대두되지는 않고 있으나 대우통신과 삼보컴퓨터의 경우 지난해부터 수출총력 체제를 가동해 PC생산량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는 탓에 IBM과의 재협상 입지가 매우 좁은 편이다. 특히 미국에 「e머신즈」사를 설립, 올해 200만대의 PC를 수출할 계획인 삼보컴퓨터의 경우 이같은 수출실적이 달성될 경우 기존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로열티 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PC제조업체들은 이같은 IBM 로열티와 별도로 「윈도95」와 「윈도98」 등 MS사의 OS와 관련한 로열티도 올해 700억원 정도를 추가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MS사는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 본격 공급할 OS의 라이선스계약을 마치면서 윈도95와 윈도98의 공급가를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에서 결정했으나 PC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최근 원화 환율폭등에 따라 전년비 700억원 가량이 늘어난 1600억원의 로열티를 MS측에 지불하게 됐다.

 또 국내 PC제조업체들은 올 들어 인텔 펜티엄Ⅲ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한 고기능 PC를 개발해 출시하면서 CDRW드라이브·DVD롬드라이브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멀티미디어 관련 로열티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PC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PC제조업체들은 지난해 최악의 상황을 맞았으며 이로 인해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였다』며 『올해 이같은 상황에서 막 벗어나려는 순간에 로열티 부담이라는 장벽을 맞게 돼 곧바로 좌초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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