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국내 게임산업계의 화두는 단연 「게임방」이었다.
95년경 출현한 인터넷 카페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게임방은 인터넷의 대중화와 고속 인터넷 전용회선을 위시한 본격적인 정보인프라 확산과 맥을 같이하면서 등장한 신업종이다. 96년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게임방은 98년 상반기에 수백개로 늘어났으며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따른 산업구조 조정의 여파로 양산된 화이트칼라 실업자들이 자영업자로 나서게 된 사회적 상황과 접목돼 작년 하반기부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현재 파악된 게임방수는 전국적으로 3천5백여개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서울·경기 지역에만 2천여개에 달하고 있으며 부산·대구·광주 등 주요 대도시에 각각 3백∼4백개씩 분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임방은 고성능 PC와 고속 인터넷 전용선을 갖추고 각종 게임은 물론 인터넷·PC통신을 이용한 정보검색·채팅·문서작성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용자에게 시간당 1천∼2천원의 이용료를 받고 있다. 현재 게임방의 주된 고객은 대학생과 청소년으로 전체 이용자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선 성인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게임방이란 명칭 이외에도 「PC방」 「인터넷방」 「CD게임방」 「인터넷 게임방」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게임서비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통칭 「게임방」으로 불리고 있다.
작년 상반기까지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던 게임방은 작년 하반기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산업구조 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양산된 실직자들이 창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상황에서 게임방이 여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고 유지·관리가 용이하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규 개설업소는 물론 당구장·노래방 등이 게임방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작년 3·4분기 들어선 하루에 수십개씩 생겨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게임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는 「스타크래프트」를 비롯, 여러사람이 동시에 하나의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기능이 지원되는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이 때맞춰 소개된 것이 한몫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는 작년 4월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 심의에서 「연소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에 인터넷을 통한 멀티플레이(배틀넷)가 제공되는 특징이 고속 전용회선을 갖춘 게임방의 환경과 결합, 사상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로 인해 컴퓨터 및 주변기기업체 등 하드웨어와 PC·온라인 게임을 비롯한 소프트웨어업계는 물론 인터넷서비스제공업(ISP)·네트워크 관련 부품업계 등에 최소한 수천억원대의 특수가 발생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지어 실내 인테리어업계와 가구업계까지도 짭짤한 게임방 특수를 누릴 정도였다. 또한 게임방 개설에서부터 영업에 이르는 노하우를 상품화한 체인점사업도 급증해 전국적으로 2백여개의 체인본부가 영업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게임방은 일부 게임방의 심야영업으로 인해 청소년 탈선공간이 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명확한 법적근거가 없는 데 따른 많은 혼란과 민원이 야기되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다.
급기야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작년 11월 중순 게임방을 기존 전자오락실(컴퓨터 게임장)과 동일하게 인허가하기로 하고 올 1월1일부터는 무허가업소를 일제히 단속하겠다는 내용의 행정지침을 공표하자 게임방 업주들은 게임방이 기존 게임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보통신서비스」업종이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를 결성해 정부와 갈등국면을 조성했다. 작년말 임의단체로 설립된 「한국인터넷PC대여업협회」와 「사이버문화협회」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문화부가 나중에 게임방에 단속방침을 전면 보류했지만 게임 시청등급을 준수하지 않거나 불법복제품을 제공하는 업소에 대한 단속 등으로 갈등이 심화되던 와중에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 올해초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률은 게임제공업이라는 테두리안에 PC와 인터넷을 사용해 제공하는 업종을 포함시켜 게임방처럼 새롭게 등장할 수 있는 형태의 서비스를 별도 업종으로 세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렇다고 게임방을 둘러싼 법규상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과 별도로 학교보건법·청소년보호법·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등과 다양한 사안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방의 업종성격에 대한 업계와 당국의 시각차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도 불씨다.
게임방을 둘러싸고 해소돼야 할 쟁점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게임방이 발전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사실이다. 게임방 업주들 사이에도 청소년문제와 관련해 게임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크게 부족한 국내 현실을 감안해 게임방이 건전한 청소년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성능 PC와 전용선이 확보된 게임방을 단순히 게임만 즐기는 곳이 아니라 국민들이 컴퓨터와 인터넷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시각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제 게임방의 미래는 이 업종이 산업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유익한 공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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