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규격인증기관들이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규격시장은 외국 규격인증기관 사이에 치열한 선점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국내 인증기관까지 가세해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2일 관련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UL(미국), VDE·T V(이상 독일), 넴코(노르웨이), SGS·ITS(이상 영국) 등 세계 굴지의 규격인증기관들은 국내 지사 또는 한국내 전략적 파트너의 관련 시험설비를 신설 및 증설하거나 국내 관련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는 등 국내 규격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외국 규격인증기관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 전자·정보통신 시장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어 시장잠재력이 큰 데다 IMF체제 이후 우리나라가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구사, 해외규격인증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정보통신부가 유선통신기기 품질승인을 위한 법정 시험기관을 지정하면서 외국인증기관에까지 문호를 개방한 데다 그동안 주로 국내 시험기관으로 제한돼 왔던 전기·전자·정보통신·자동차·의료기기 등 전분야로 시험시장이 개방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시험과 인증을 동시에 담당하는 이들 규격기관이 대한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안전규격기관으로 현재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의 해외규격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는 미국 UL은 국내 원텍 등 협력업체와 미국 본사를 연결하는 규격시험 및 승인 외에도 수년 전 별도 설립한 한국지사(UL코리아)에 최근 자체 랩(시험소)을 신설, 국내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UL과 함께 전자·정보통신분야 안전규격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독일 VDE 역시 2년 전 설립한 국내연락사무소(유로E&S)의 지위를 대표사무소로 승격하고 현지 확인시험을 위한 엔지니어를 추가 파견, 가전·전자부품·자동차부품에 이어 정보기기 규격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VDE는 최근 정부기관인 국립기술품질원과 상호인증협정을 체결하는 등 국내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다국적 규격 그룹으로 떠오르고 있는 영국 ITS는 산하기관인 스웨덴 셈코(SEMKO)와 미국 ETL을 앞세워 국내 전자·정보통신 시장을 더욱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ITS는 특히 최근 현지법인인 ITS코리아를 내세워 ETL과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KETI)간에 전략적 제휴를 체결, 앞으로 UL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에어컨 등 전기·전자 규격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독일 유수의 규격기관인 「TUV라인란트」와 「TUV프로덕트서비스」도 최근 조직 강화, 국내 시험설비 확충 등을 통해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를 적극 공략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넴코 역시 합작법인인 넴코KES에 10억원 정도를 추가 투자, 기존 안전규격 외에 전자파적합성(EMC) 시험설비까지 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밖에도 영국SGS가 한국법인인 SGS코리아에 안전규격 관련 랩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독일 BZT도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지사를 설립키로 하고 최근 시장조사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해외규격을 획득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기관들의 발호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국내 설비와 인력으로도 충분한 관련 시험시장까지 외국에 내주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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