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조립에서 리버스엔지니어링을 통한 국산화, 외국기술 도입에서 독자기술 개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국내 세트업체 종속에서 독자적인 세계시장 확보.」
40여년의 역사를 지닌 국내 전자부품산업이 걸어온 기술발전 역정은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해방 이후 황무지나 다름없던 국내에 전자부품산업의 씨가 뿌려진 50년대와 60년대를 거쳐 성장기인 70년대와 기술국산화시대인 80년대를 넘어 디지털시대로 지칭되는 90년대를 성공적으로 넘어선 국내 전자부품산업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준비하기 위한 도약의 꿈을 펼치고 있다.
삼화전기가 국내 처음으로 지난 63년 라디오용 콘덴서를 생산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국내 전자부품산업은 외자도입법을 비롯한 각종 전자산업육성책에 힘입어 그 토대를 갖추기 시작했다. 다이오드·스피커·저항기·인쇄회로기판(PCB) 등이 이때부터 외국 부품업체로부터 기술·자본지원을 받아 단순조립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금성사가 흑백TV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나름대로 틀을 갖추기 시작한 국내 전자부품업체들은 구로·마산·구미·안산공단과 서울 성수동 인근에 제법 공장다운 공장을 갖추고 전자부품을 생산했다.
그당시 국내 주요 전자부품업체들은 일본·미국 등지의 선진 전자부품업체와 기술제휴를 맺고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 그후 15년 이상 국내 전자부품업계에서는 기술제휴 바람이 열풍처럼 번져갔다.
단순조립이나 기술도입 위주로 발전해온 국내 전자부품기술은 70년대말부터 80년대 들어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온 전자부품을 우리손으로 개발해보자는 전자부품 국산화 열풍이 국내 전자부품업계에 몰아닥치면서 변신의 전기가 마련됐다. 여기에는 전자부품·전자산업의 기술경쟁력 제고를 통해 수출 유망산업으로 육성해보자는 정부의 정책이 큰 몫을 담당했다.
특히 석유파동은 값싼 노동력과 취약한 기술력으로는 더이상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없다는 인식을 국내 전자부품산업계에 던져줬고 컬러TV와 더불어 컴퓨터의 출현은 국내 전자부품산업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전까지 사람 손에 의해 제작되던 전자제품이 이때부터 공장자동화(FA)에 의한 대량생산체제에 접어든 것이다. 공장자동화가 가능하려면 기존 전자부품의 설계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돼야 한다. 즉 전자부품의 칩화·SMD화·디지털화가 본격 추진된 것이다.
그러나 국내 전자부품산업계는 때아닌 3저 호황으로 독자기술력 확보 등 체질개선 작업에 주력하기보다는 생산설비 확충 등 외형적 성장에 매달리는 거품시대를 맞는다. 이처럼 국내 전자부품업체들이 외형성장을 거듭할 때 미국·일본 등 선진국 업체들은 지적재산권을 무기로 국내 전자부품업체를 압박하기 시작했으며 기술이전 자체를 억제하는 등 한국 전자부품업체 기피증을 노골화했다.
이같은 와중에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국난을 맞았다. 급작스럽게 변한 국제 무역환경질서는 국내 전자부품업계를 혼돈으로 몰아갔고 40년에 걸친 압축성장의 폐해는 적나라하게 표출됐다.
이제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국내 전자부품업계는 외국기술·세트업체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탈피, 독자적인 기술개발력을 바탕으로 세계 전자부품시장에서의 맹주 역할을 되찾는 데 매진해야 할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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