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다 쓰러져 가던 회사를 살리기도 하고, 멀쩡한 회사를 죽이기도 하는 요술방망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상황에서도 각 기업은 내일에 기대를 걸며 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미 개발된 기술이 있다면 기술개발에 오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이를 도입, 현장에 활용해 더 큰 이익을 올릴 수도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사장 박삼규)이 최근 기술을 알선·중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술거래소」을 연 것은 중소기업들이 회사 운영자금 이상으로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게 바로 기술이라는 점을 착안했기 때문.
중진공 이인주 기술지원 부장(48)은 올해초 기술거래소의 소장으로 발탁되면서 20년 가까운 직장생활 중에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기술거래소가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중진공빌딩에 사무실을 설치하자마자 전국의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신규사업개발팀 관계자들로부터 문의전화와 방문이 쇄도, 4명의 전담직원을 배치했는 데도 일손이 부족할 정도다.
이 소장은 『하루에도 기술을 찾아달라고 신청하는 전화가 20여건에 이르며 이들 중에는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기술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도 많다』며 『신기술 확보를 위한 중소기업들의 노력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기술을 찾아달라고 신청한 중소기업 숫자만도 약 2백여개사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들 중 전원공급장치(SMPS) 전문업체인 우진PRT(대표 이덕호)의 경우 포항공대 권봉환 교수팀이 개발한 3kVA급 무정전전원장치(UPS)의 설계 및 제작기술 도입을 알선,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을 10억원 이상 증가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진측이 포항공대에 지불한 기술료는 2천5백만원으로, 제반경비를 모두 합쳐서 3천만원이 안될 정도로 저렴하게 기술을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기술거래소가 짧은 기간 안에 이처럼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중진공이 지난 10여년간 국제투자 및 기술협력 업무를 수행해 오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뒷받침된 데다 최근 미국·일본 등 선진국 기관과의 업무협력을 통해 선진 우수기술의 국내이전 거래선을 다수 확보했기 때문이다.
『사실 독창적인 기술을 발굴해 이를 필요한 회사에 이전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선 품질이 좋은 기술을 풍부하게 공급해줄 곳을 찾아내야 하고, 기술평가 및 자문에도 응해야 하며 계약체결 및 특허등록 등 사후관리 업무도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러한 작업을 위해 중진공에서는 「기술지도단」 등 전문 평가인력을 총동원, 기술을 평가한 후 적정한 가격까지 제시해주기 때문에 기술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진공은 또 앞으로 기술거래 활성화를 위해 기술박람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물론 기술거래관련 세미나, 기술설명회 등도 정기적으로 개최해 기업의 기술거래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활동 지원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까지 마련해두고 있다.
한편 기술거래소 초대소장으로 발탁된 이인주 부장은 서울대 생물학과 졸업 후 지난 81년 중진공에 합류했으며 지금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한 해외사무소와 국제화사업부에서 해외협력 업무를 주로 담당해왔기 때문에 기술이전 업무에 관한 한 중진공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올해 이 소장의 희망은 앞으로 기술거래소 운영이 더욱 활성화되어 출연연구소·대학·개인발명가 등 기술공급자와 기업·투자자·예비창업자간 기술거래가 늘어나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경쟁력 향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것.
『기술을 사거나 팔고자 하는 단체나 개인은 전자우편(lijinzoo@mail.SMIPC.or.kr)을 통하거나 직접 기술거래소(전화 (02)769-6801∼6) 또는 중진공 각 지역본부에 연락해달라』고 말하는 이 소장의 맑은 표정에서 하루에도 수십개씩 도산하는 중소기업을 살려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4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5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6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7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8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9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
10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