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업계, 이동전화 "경영개선 계획서" 놓고 갈등

 「최소한의 조정을 위해서인가, 간섭을 노골화하는 것인가.」

 국내 이동전화사업자들의 수익창출과 건전경쟁 유도를 위해 정보통신부가 각 사업자들에 제출토록 요구한 「경영개선 합리화 계획서」를 두고 업계와 정부가 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영개선 합리화 계획서는 남궁석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동전화사업자들의 수익창출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최근 각 사업자들에 긴급 작성, 제출토록 요구한 것. 하지만 취지와는 달리 업계 관계자들이 진행과정에서 일부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하는 등 정부와 사업자들 사이에 적지 않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번 경영개선 계획서 제출을 두고 이동전화사업자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업계의 자율경영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려는 경향이 짙다는 점이다.

 「건전경쟁을 통해 수익창출을 유도한다」는 정부의 취지는 좋으나 진행절차상 사업자들의 의견과 자율성을 크게 무시하는 것은 물론 발상 자체도 터무니없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경우 공익기관이나 연구소와 달리 「이익창출」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있는 곳으로 이들에게 정부가 수익창출 방법을 제시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일부 혼탁해진 시장에 대해 정부가 정리를 해줄 수는 있겠지만 이번 경영개선 계획서 제출은 기업의 경영까지 관여하며 세부적인 영업지침까지 제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장관의 지시가 있은지 불과 3일 만에 경영합리화 계획서를 제출토록 사업자들에 요구한 것은 기업의 자율성 자체를 무시한 행위였다는 설명이다.

 일부 업체 관계자는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수익창출 욕구면에서 정부만 못하겠느냐』며 『3일 만에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것 자체가 기업의 자율성을 완전히 무시한 행위』라고 설명한다.

 다른 사업자도 『3일 만에 만들어지는 것이 경영합리화라면 적자 내는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며 『모두들 장기 비전과 전략이 있어 문서는 만들 수 있겠지만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이같은 술렁임 속에 실제 1차 보고서 제출시점이었던 지난 28일에는 업계가 제출한 문서 대부분이 부실한 것으로 지적돼 정보통신부가 서둘러 각사 실무팀장들을 만나 재작성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측은 정부가 모든 일에 다 개입코자 하는 것이 아니며 첫번째 목표는 자율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국내 이동전화시장의 경우 사업자들간에 이전투구식 과당경쟁이 재연되는가 하면 화려한 외양과 달리 사업자의 경영부실로 곳곳에서 빅딜론이 제기되는 등 정부로서도 그냥 지켜볼 수 없어 취해진 조치라는 설명이다.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결정된 바는 없다』며 『사업자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업계의 자율 합의와 건전경쟁을 최대한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마케팅 가이드 라인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며 일부 규제와 조정을 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보통신부와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최고경영자와 정부 관계자들간 모임을 통해 건전경쟁과 경영합리화에 대한 심층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모임을 통해 얼마만큼 합리적인 자정안과 합의가 도출될지 주목된다.

<김윤경기자 y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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