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I업계의 덤핑수주 근절

 시스템통합(SI)업계가 올해 들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최근 주요 SI업체들은 지난해에 구축한 내실경영을 유지하고 외형을 2배까지 늘려 나간다는 경영계획을 마련해 놓고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는 지난해 극심한 경기침체로 내핍이 요구됐던 주요 SI업체들이 그동안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과당경쟁에 따른 덤핑행위와 매출규모 부풀리기, 백화점식 경영, 과잉인력 등 각종 문제점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상당부분 해소했기 때문이다.

 또 SI업체들의 이같은 공격적인 경영은 IMF로 인해 투자위축이 두드러졌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 들어 실물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는데다 정부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주요 투자사업의 올 예산 43조원 가운데 77% 수준인 33조원을 상반기에 조기집행, 프로젝트 수주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아울러 지난해 말부터 상당수의 SI업체들이 비교적 젊은 신진세력으로 최고경영진을 교체해 경영시스템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도 이같은 공격적 경영방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국내 SI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호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간과해서 안될 것은 그동안 SI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덤핑행위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IMF체제 한해 동안 국내 주요 SI업체들은 전체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잘 버텨 왔으나 작은 시장에서 여전히 많은 업체가 난립하다 보니 과당·출혈경쟁의 소지가 내재해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일부 SI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현실화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이미 몇몇 프로젝트에서 심각한 낙찰가 하락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 각 산업계에서 각종 구축사업을 잇달아 발주하면서 SI업계에 한동안 잠잠했던 출혈수주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즉 사업물량이 쏟아지자 일부 SI업체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출혈수주도 불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IMF체제 이후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거품을 제거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SI업계는 아직도 사업의 손익을 따지기보다는 일단 사업을 따내 실적을 올리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의 소형 입찰프로젝트에 적용하고 있는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키로 하고 관련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덤핑우려를 증폭시키는 한 요인이다.

 SI업계는 덤핑수주야말로 스스로의 발목을 붙잡는 행위가 될 뿐만 아니라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되새겨야 한다. 덤핑수주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제 살을 깎아먹는 행위」이며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신기술 개발이나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장애요인이 된다.

 덤핑수주는 관련업계가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근거를 말살하는 행위다. 기술개발이나 원가절감 등 경쟁력 강화에 따라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무조건 사업실적을 올리겠다는 발상 아래 덤핑수주에 경쟁적으로 나선다면 문제는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덤핑으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를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결코 싸지 않다. 턱없이 낮은 금액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 사업이 부실해져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발주자는 덤핑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수주자는 손해를 본 만큼 발주자에게 부담을 떠안길 것은 당연하다.

 SI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SI시장에서 예년과 같은 덤핑수주 관행을 타파하지 못한 채 이를 답습한다면 시장질서 왜곡은 물론 해당업체들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지나친 덤핑행위를 자제해야 할 것이다.

 올 한해 SI업계는 덤핑수주의 벽을 완전히 허무는 체질개선의 해가 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관련협회를 중심으로 「덤핑방지 서약식」을 갖는 등 관련업체 스스로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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