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각종 유독가스 및 화합물에 대한 세계적인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국내 반도체업계의 적극적인 환경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관련업계 및 협회에 따르면 지난 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함께 무역환경위원회가 설치돼 환경문제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열릴 기후변화협약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인 한국에 대해서도 반도체 관련 유해물질의 감축 목표 설정 및 규제 참여 요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과정 가운데 에칭과 화학적 증착(CVD) 공정에 주로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PFC)은 대기중에 잔존하는 시간이 매우 길고 강력한 적외선 흡수력 때문에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최근 이 문제가 「국제반도체환경안전회의」의 주요 의제로 상정되는 등 이에 대한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한 웨이퍼 세척에 사용되는 황산·염산·질산 등 독성 화학물질과 아세톤·톨루엔 등 산성계 화합물은 물론 반도체 노광 공정의 솔벤트·아황산가스 등에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도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주요 규제대상 물질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반도체협회가 최근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환경문제와 관련된 각종 처리 비용은 전체 반도체 제조 단가의 10.7%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환경 문제가 표면화될 경우 5% 가량의 생산 단가 상승으로 세계 반도체 산업의 전체 경쟁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들은 이미 정부와 관련단체의 협조아래 반도체 장비 및 재료업체들과 공동으로 대체물질 및 사용량 저감 기술의 개발은 물론 재활용 및 사후처리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작업에 나섰다.
특히 미국·일본 등 반도체 분야의 선진국은 환경 관련 기술개발이 향후 반도체업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판단 아래 환경기술 개발에만 매년 1천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으며 후발 경쟁국인 대만도 국가 연구기관인 CISH와 ITRI 등을 동원, PFC 및 반도체 환경관련 대응 기술 개발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그동안 반도체 설비의 지속적인 증설로 PFC 사용량이 매년 1백% 이상 증가하고 있고 반도체 분야의 VOC 물질 규제에 대한 법적 장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책은 국내외 현황 파악 및 관련 외국자료의 검토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협회 및 업계 측은 『국내의 경우 반도체 제조 관련 장비 및 재료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환경 관련 기술 상황도 극히 미약한 수준임을 고려하면 정부의 주도아래 국내 반도체 관련업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반도체 환경 분야 중장기 개발 프로젝트 마련과 이를 통한 구체적인 대응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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