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전담회사 설립」이냐, 「송신시설의 공용화」냐』
방송계와 감사원 등을 중심으로 송신전담회사의 설립을 둘러싼 설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송신전담회사의 설립 필요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기관은 감사원. 아직 감사원의 최종 입장이 정리된 상태는 아니지만 실무선에서는 지난해 말 KBS에 대한 감사 결과를 토대로 송신전담회사 설립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감사위원회를 열어 감사원의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감사원측은 송신전담회사를 설립할 경우 현재 각 방송사들이 확보중인 고지 송·중계소의 유인시설과 무인시설 정비 인력 등 송신부문 인력을 현재의 6백6명에서 96명 가량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송신시설을 공용화하면 시설의 중복을 피할 수는 있으나 운용 인력의 중복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감사원측은 또한 송신기능을 방송사로부터 분리해야만 공룡화된 지상파 방송사 조직을 슬림화하고 방송사들의 역량을 기획·편성 쪽에 집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난 84년부터 3년 7개월 동안 방송송신시설을 한국통신으로 이관했을 때는 위탁운영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각 방송사에서 파견된 송신부문 직원들과 방송사 연주소(스튜디오) 인력간에 협조체제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며 전담회사 설립을 통한 완전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기술인연합회 등 기술인과 방송사들은 『과거 송신시설 통합운영시 인력절감 효과를 거두지 못해 8백억원의 적자만 냈다』며 송신전담회사 설립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전담회사를 설립하면 방송을 구성하는 각 기능 사이에 단절 현상이 발생, 방송 품질의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송신전담회사를 운영하는 국가는 영국·프랑스 등 몇개 국가에 불과하며 우리나라와 방송환경이 비슷한 일본·미국 등은 송신전담회사를 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채널 시대에는 방송사들이 각자 송신시설을 보유해야 차별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측은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공영방송에 대한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유럽에서 도입하고 있는 송신부문의 통합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업방송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미국과 우리나라를 대비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한다.
현재 국내 방송사들이 송신전담회사를 설립할 경우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정파(방송중단 사고)」문제다. 그동안 방송사가 책임을 지고 정파 방지와 송신품질 제고에 안간힘을 써왔으나 송신전담회사가 생기면 정파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전담사가 방송 중단에 따른 패널티를 부담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능력이 있을지도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송신 부문의 원격제어·무인자동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송신전담회사의 설립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현재 남산 등 송신소에는 단지 송신시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이나 사건 현장에서 연주소까지 화면을 전송할 수 있는 중계시설(TS 및 ST링크)도 있는데 이 부문을 송신전담회사에서 지원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현재 정통부와 방송사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디지털 송신시설의 공용화 방안이 더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방송 3사간에 「고지시설 공용협정」이 거의 성사단계에 있는 상태인데다 그동안 방송망 확대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아날로그 시설의 통합은 불필요한 투자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감사원의 주장대로 송신전담회사를 설립하면 지원 인력이 크게 늘어 현재 송신부문 인력 보다 1백49명 정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 방송기술인측의 주장이다.
아무튼 감사원은 조만간 이 문제를 매듭지을 예정이며 방송개혁위원회도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그 결론의 향방에 따라 또 한차례의 논란이 예상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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