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식 에너지관리공단 생활에너지처장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현재의 IMF 위기상황 못지않게 우리 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는 또다른 위험에 놓여 있다. 지난해 11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제4차 기후변화협약 회의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한국이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환경규제 외에도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에너지 사용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지난 97년에만 에너지 수입비용으로 2백71억 달러를 지출하는 등 매년 막대한 외화를 에너지 수입에 지출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적 현실과 범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절약이 필연적이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더욱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이렇게 소중한 외화로 사들인 에너지도 상당부분 사용하지 않는 대기상태(stand by)에서 그대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컴퓨터 등 사무용기기는 대부분 근무시간 내내 켜놓고 있으나 실제 사용시간은 얼마되지 않는다. TV·VCR 등의 경우도 시청하지 않을 때 리모컨 또는 스위치를 이용해 전원을 차단하지만 플러그를 뽑지 않는 한 대기전력은 그대로 낭비되고 있다.
이러한 대기전력 절감을 목적으로 우리나라는 절전형 사무용기기 및 가전기기 보급촉진제도를 마련,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에 시행된 제도는 컴퓨터·모니터·프린터·팩시밀리·복사기 등 사무용기기(5개 품목)에 대하여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자동으로 절전모드로 변환토록 하고, TV·VCR 등 가전기기(2개 품목)는 대기시 소비전력을 최소화하도록 권고하는 것이다.
이같은 노력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90년대 초부터 「에너지스타 프로그램」이나 「에너지 2000」을 통해 시행해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미 미국이나 유럽 수출시 이러한 에너지절약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을 생산, 판매해 왔지만 내수품은 원가상승과 국내제도 미비 등의 이유로 채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의 이익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내수품에도 절전형 제품을 보급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이번에 대기전력 감소 품목으로 지정된 사무용기기 및 가전기기 7개 품목은 5천만대가 보급돼 있으며 97년 가정·상업부문 전력사용량의 20.7%, 총 전력사용량 중 7.3%를 소비하고 있다.
국내에 보급된 제품을 전부 절전형으로 대체할 경우 가정·상업부문 전력의 7.6%에 해당하는 5천3백95GWh(3천5백9억원)의 전력절감과 전력수요 관리에 따라 82만㎾용량 발전소 건설 감소효과도 기대된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절전형 기기 보급제도에 참가한 제품에 대하여 우선구매와 공공기관의 구매권고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하지만 제도의 시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에너지절약형 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구매다.
소비자가 앞장서서 에너지절약형 제품을 구매할 때 제조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에너지절약 기술개발에 많은 공을 들일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효율화 사회로 전환될 때 소중한 외화도 절감하고 기후변화협약에도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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