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단체장에게 듣는다 (2)

계측기기연구조합 손정수 이사장

 『올해는 전체적인 계측기기 내수·수출 시장이 지난해보다 모두 2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만큼 계측기기산업이 질적으로 도약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국내 계측기기 생산·판매업체들의 유일한 모임체인 한국계측기기연구조합의 손정수 이사장(62)은 올 한해 동안 조합을 중심으로 취약한 국내 계측기기 기술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 70여개 회원사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손정수 이사장은 이를 위해 반도체·통신·환경관련 계측기기 개발과제를 더욱 세밀히 체크하고 정부에 계측기기산업 기술개발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계측기기시장은 세계 5위권에 들 정도이지만 수요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막대한 외화를 낭비하고 장비 개발·생산에 따른 부가가치를 선진국에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손 이사장은 『1년 동안 수입되는 계측기기 물량만도 30억달러에 육박한다. 정부와 기업이 1천억원의 개발비를 쏟아 여러 계측기기들을 개발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성과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계측기기산업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국내 계측기기산업계가 중·저급 제품생산에 머물러 저급제품에서는 중국의 가격공세에 밀리고, 고급제품에서는 외국 선진업체들의 장벽에 막혀 고전하고 있는만큼 『국내기업들도 범용 계측기기 생산위주에서 탈피해 과감히 틈새품목을 개발하고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업체간 중복투자를 막고 국내제품의 이미지를 높이는 차원에서 계측기기업체들이 제품개발 및 판매협력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통해 국내 계측기기산업계는 영세성에서 탈피해야 하며 정부도 이를 위해 자금과 기술력을 적극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 계측기기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하려 해도 개발비가 너무 많이 요구되고 개발기간도 길어지며 제품개발후 시장도 없어 판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발자금 회수가 어려워집니다.』

 내수시장의 현실과 함께 해외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손 이사장은 『업계도 이제는 눈을 해외로 돌려 시장잠재력이 큰 중국 등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합도 지난해 경기침체로 회원사 대부분의 매출이 목표의 80%에서 50% 선에 머물었던 부진을 감안, 지난해 중동·동남아 시장에서부터 시작한 시장개척 활동을 올해는 동남아시아·중동·중남미·유럽으로 다변화하는 등 적극적인 수출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계측기기는 한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잴 수 있는 척도이며 고품질 확보에 필수적인 품목인데 초기부터 외국에서 계측기기를 무작정 들여와 사용함으로써 우리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는 손 이사장의 말에는 지난 28년 동안 계측기기분야에 몸을 담아온 그의 열정과 아쉬움이 섞여 있다.

 손 이사장은 중소 영세업체들만으로는 기술극복을 하기 어려운만큼 어느 정도 자금력을 갖춘 업체들이 직접 계측기기 개발에 뛰어들어 국내 계측기기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주길 바란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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