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케이블TV산업 새틀 짜자

 종합유선방송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종합유선방송법 개정안은 정부와 여당이 작년 말 새 방송법 제정을 미루면서 케이블TV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해 새 통합방송법이 제정·시행될 때까지 하루라도 빨리 업계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의도에서 한시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초 오는 3월 1일로 예정했던 이 법의 시행일자도 법 공포일로 수정, 앞당겼다.

 일단 이번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계기로 케이블TV업체들에는 합종연횡 또는 외부자본 유치 등을 통한 직접적인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 열린 셈이다.

 개정 종합유선방송법은 「종합유선방송국(SO)·프로그램공급자(PP)·전송망사업자(NO)간 상호겸영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내에서 허용하고, SO와 PP가 다른 SO 또는 PP를 겸영하거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며, 대기업·언론과 외국자본의 SO지분 참여를 33%까지 허용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프로그램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고, 전송망사업도 지정제에서 등록제로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한편 SO의 자가망 설치 및 기간통신사업자 자가통신설비 이용을 허용했다.

 반면 당초 초안에서 삭제키로 했던 「PP 방송프로그램 공급분야 지정」 및 「PP 프로그램의 SO공급 의무화」 조항이 「현행 유지」로 환원됐고, NO의 전송선로 이용약관도 그간 거론됐던 「신고제」가 아닌 현행과 같은 「승인제」로 남았다.

 수신료 이용약관도 「신고제」로 전환되지 않고 종전의 「승인제」가 유지되는 등 사업자간의 이해가 엇갈리는 부분 등은 대체로 기존의 것을 유지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국내 케이블TV업계는 꽃도 피워보기 전인 지난 97년 겨울, IMF사태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최악의 위기에 몰렸다. 감원·조직축소 등 눈물겨운 자구노력을 펼쳤지만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업계는 동종업체간 합병 등을 통해 비용절감 및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심지어는 중계유선방송사 등과의 연계 또는 외부자본을 끌어들이는 등의 비상대책이 시급하다며 관계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관계법 개정이 정치적인 이유로 계속 지연되면서 변죽만 울리다가 지난 1년 동안 PP의 줄부도와 방송중단은 물론 심지어 그동안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SO까지 부도를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비록 늦기는 했지만 이번 종합유선방송법 개정은 케이블TV업계에는 위기탈출을 위한 비상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효용성과 파급효과는 정부당국이 이달 말에 내놓을 개정 시행령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다. 하위법령에서 SO·PP·NO간 상호겸영의 허용 범위, 복수 SO·PP의 허용 정도, 대기업·외국자본 참여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가 시행령의 내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종합유선방송법 개정 이전에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SO의 지분매입 등 물밑거래는 꾸준히 진행돼 왔고, 이미 상당부분 「작업완료」된 곳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SO들의 매각추진설과 대기업 계열 PP를 중심으로 한 합종연횡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각변동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같은 분위기가 업계 스스로건 또는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서건간에 케이블TV산업 구조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유인할 수 있는 전향적인 내용의 법적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케이블TV업계는 4년이 넘게 기다려온 호기를 흘려버리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게 IMF체제하의 현실이다.

 이 법이 새 방송법 발효 이전까지의 「한시법」이란 점을 의식해 「골치 아픈 문제」를 만들지 않는 쉬운 길을 택하거나 명분에 얽매여 현실을 외면하는 일이 다시 벌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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