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지난 8일 발표한 사업구조조정 계획은 LG반도체·기아자동차 인수 등에 따른 대규모 자금조달과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정부의 재벌해체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는 이날 자산규모가 1조원이 넘는 3, 4개사를 올해 중 매각하는 등 자산을 32조원 이상 줄이고 그룹을 오는 2005년까지 전자·자동차·중화학·건설·금융 및 서비스 등 5개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소그룹화해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가 이같은 구조조정 계획을 전격적으로 내놓게 된 데는 무엇보다 LG반도체 등 대규모 사업인수로 소요될 천문학적인 자금조달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5대그룹 중 현대만 유일하게 덩치를 키우고 있다는 세간의 우려와 의혹을 조기에 불식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자동차·전자 등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소그룹화해 그룹에서 분리함으로써 정부의 재벌해체 의지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안으로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후계구도를 이 기회에 어느 정도 정리하려는 속셈으로도 비춰진다.
특히 현대전자의 경우 반도체를 제외한 전장·액정표시장치(LCD)·모니터·통신 등의 사업부문을 모두 매각, 반도체 전문회사로 탈바꿈하는 한편 그룹내 전자·정보통신 관련 계열사들을 묶어 소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현대전자는 LG반도체를 인수하게 되면 당장 D램분야에서 매출 및 시장점유면에서 세계 2위 기업으로 도약한다.
또 양사의 기술개발력과 생산능력을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통합해 나갈 경우 세계 유일한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의 아성에도 도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현대전자의 비반도체사업부문이 어떠한 방법으로 어디에 매각될지, 또 전자소그룹에 포함될 계열사들은 어떤 회사들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현대그룹이 2005년까지 주력업종별로 소그룹으로 분리돼 완전 해체된다는 점이다.
아무튼 이번 현대의 구조조정 계획은 재벌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삼성·LG·대우·SK 등의 구조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구근우기자 kw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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