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스플레이산업 체질 개선 급하다

 그동안 온갖 악재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디스플레이 시장이 새해 들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브라운관과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등 디스플레이 시황은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 현상으로 고전했으나 최근 들어 호전되는 기미가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늘기 시작하면서 누적됐던 재고도 어느 정도 소진됐는지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TFT LCD의 경우 공급과잉 현상이 해소되는 징후는 뚜렷하다.

 특히 일본 아사히글라스 등 8, 9개 대형 유리벌브업체들이 올해 들어 용해로를 정기 보수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2∼4개월간 생산에 차질을 빚어 브라운관 시장도 어쩌면 공급부족 사태를 빚을지 모른다는 성급한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들리는 바로는 이미 중국의 가전업체들이 이같은 낌새를 알아차리고 브라운관을 대량으로 주문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사재기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LG나 삼성·대우 등 국내 가전 및 컴퓨터업체들은 다행히도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계열사를 두고 있어 설령 전세계적으로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진다 하더라도 제품 조달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디스플레이 공급부족 현상으로 가격이 치솟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어쨌든 새해는 삼성전관을 비롯한 오리온전기·LG전자 등 브라운관업체와 삼성전자·LGLCD·현대전자 등 TFT LCD업체들에는 호기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모처럼 맞고 있는 호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 종전처럼 단순히 외형성장을 위한 매출증가만을 경쟁적으로 추구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우리의 산업체질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선 반도체 빅딜에 연루돼 최근 LG반도체로부터 분리 독립한 LGLCD가 자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됐으며, 현대전자의 TFT LCD사업도 외자유치를 앞두고 있어 어떤 형태든 변화의 바람에 직면하게 됐다. 이 업체들이 택해야 할 길은 분사나 사업조직의 틀을 다시 짜면서 오로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다.

 이들은 하루 빨리 조직체계를 정비하고 주력 제품을 대형으로 전환하며 전계발광소자(FED)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특화해야 한다. 이미 일본 업체들이 우리보다 한 걸음 앞서 이 사업에 진출해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점은 타산지석이 되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신속한 의사결정과 연구개발체제를 구축해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할 점이다.

 브라운관업체들도 용해로 정기 보수공사를 우량 대형 거래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으며 아울러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 플랫제품과 고해상도의 대형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제품 개발을 서둘러 이 시장을 선점해야겠다.

 지난 2년간 침체됐기 때문에 유보해왔던 설비투자를 되살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연구개발 투자 없이 신제품을 기대하기 어렵듯 설비 투자가 뒤따르지 않는 차세대 제품 생산은 난망일 뿐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분사까지 단행하게 됐으니 적자사업의 경우 과감히 해외로 옮겨 경쟁력을 살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지난해까지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출에서 톡톡히 덕을 봤으나 올해에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앞으로 더욱더 원가절감을 추진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그리고 최근 디스플레이 시황이 좋아지면서 다시 국내 업체들끼리 필요 이상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어느 정도 선의의 경쟁이야 불가피하겠지만 해외시장에서 동종업체끼리 지나친 과당경쟁을 벌인다면 그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젠 장기적인 안목에서 우리의 산업체질 강화를 위한 공존공영의 길을 모색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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