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방송·통신의 융합으로 새로운 매체로 급부상한 인터넷방송·문자방송 등 뉴미디어는 소리만 요란했지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올해를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IMF 한파라는 복병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엄밀히 말해 방송가에 새롭게 등장한 뉴미디어는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해 초기부터 수익을 기대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올 방송가에 뉴미디어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며 등장한 것은 케이블TV업계와 중계유선사업자들이 앞다퉈 도입한 인터넷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과 손잡고 초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루넷은 예상외로 상용서비스 원년인 올해 가입자 1만5천명 정도를 확보해 일단 시장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서비스지역을 현재 서울·부산·인천·대구 등 21개 SO에서 전국 SO로 대폭 확대하는 여세를 몰아 가입자 20만명을 확보할 계획으로 있는 등 케이블TV를 활용한 본격적인 부가서비스시대를 예고하며 올해를 마감하고 있다.
중계유선망을 이용한 부가서비스 역시 시장진입을 위한 단초를 꿴 한해로 평가된다.
부산지역의 중계유선사업자인 거사온유선이 「국민넷」이란 이름으로 중계유선망을 활용한 인터넷 등 부가서비스를 작년 8월 처음으로 도입, 현재 8개 사업체에 1천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놓고 있다.
이는 당초 예상치보다는 저조한 것으로 새 방송법 제정 연기와 한전주의 사용제한 등이 보급확대의 최대 장애물이 된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새 방송법 제정이 어떤 식으로든 결론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최대 장애물이었던 한전주 사용 역시 올해 해결돼 내년에는 서비스도입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출연자의 음성이나 동작을 자막형태로 보여주는 방송부가서비스의 하나인 TV자막방송(캡션방송)의 등장도 두드러졌다.
이 서비스는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인 아리랑TV·캐치원·DCN 등 주로 케이블TV를 중심으로 본격 도입돼 현재 상당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자막방송의 가장 큰 보루인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의 한글자막서비스는 올해 결국 빛을 보지 못한 채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무엇보다 수익성이 없는 데다 지상파방송의 구조조정 등으로 자금의 여유가 없어 탁상에서만 맴돈 채 다음을 기약하게된 것이다.
방송·통신의 융합사례로 대표적인 것중의 하나인 인터넷방송의 본격 등장도 올해 방송가에 뜨거운 화제가 됐다.
MBC 등 지상파방송사와 재능스스로방송 등 PP는 물론 음악전문채널인 「나인포유」 등 10여개 이상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넷츠고」를 운영하고 있는 SK텔레콤이 KBS와 공동으로 「DDS」를 운영하는 등 PC통신사업자들 역시 인터넷방송국을 잇따라 개국함으로써 바야흐로 국내에서도 인터넷방송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기독교인터넷방송(C3TV) 등 이들 서비스제공자들이 모여 「한국인터넷방송네트워크(KWN)」를 결성, 인터넷방송을 활성화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도 올해 최대의 수확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Q넷」 등 일부 인터넷방송국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등 「탄생과 소멸」이 반복된 한해이기도 했다.
TV주사선의 수직귀선기간(VBI)라인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인터넷 표준언어인 HTML(Hyper Text Markup Language)형식으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데이터방송은 MBC가 「팝콘시스템」을 이용해 시험방송중이나 나머지 KBS 등 지상파방송은 각사의 사정으로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데이터방송은 아날로그방식의 미디어에서 디지털방식으로 넘어가는 중간형태의 방송이어서 정부가 오는 2001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본격 실시에 따라 위상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위성방송>
위성방송사업을 준비중인 업체들은 올해도 통합방송법의 제정 유보 조치로 사업추진을 위한 법률적인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채 또 한해를 넘기게 됐다.
몇년째 정지궤도상에서 헛바퀴를 돌고 있는 무궁화위성의 방송용 중계기를 적극 활용하고 국내 위성방송의 도입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통합방송법의 제정이 절실한 것으로 인식됐음에도 결국 제정이 지연돼 위성방송업계는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위성방송사업을 준비중인 업체들의 의욕도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삼성·SK·롯데 등 대기업과 지상파방송사·언론사 등이 오랫동안 위성방송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으나 통합방송법 제정이 자꾸 늦어지는 바람에 사업추진의 원동력을 상당부분 상실했으며 많은 업체들이 위성방송사업 참여를 계속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해는 데이콤의 자회사인 DSM이 그나마 위성방송사업에 가장 큰 의욕을 보였다. 특히 DSM은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인 머독과 손잡고 국내 위성방송시장에 참여하겠다고 발표, 방송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었다. 그러나 머독의 국내진출 뉴스로 촉발된 외국자본의 국내 위성방송시장 진출 문제는 대기업 및 언론사의 위성방송 참여 문제와 함께 국내 위성방송업계에 최대의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외국의 미디어 재벌이 국내 방송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와 선진 방송 노하우를 도입하고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외국자본의 국내진출 허용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엇갈려 소모전에 가까운 논쟁을 벌였다.
한국통신 역시 위성체사업분야를 본체에서 분리해 자회사로 운영하는 방안을 장기적인 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나 위성방송사업에 대해서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국내 위성방송사업이 무궁화위성을 중심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당위론을 주장하면서 위성방송의 주도권 장악에 안간힘을 썼다.
이처럼 양 위성방송사업자가 국내 위성방송시장 선점 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그랜드 컨소시엄」 형태의 단일 위성방송사업자 구성의 필요성이 적극 제기됐다.
그러나 무궁화위성과 데이콤·오라이온 위성의 활용방안을 놓고 양 사업자가 주도권 경쟁을 벌임에 따라 단일 컨소시엄 구성 작업은 현재까지 오리무중인 상태다.
국내법의 미비로 위성방송사업이 헛바퀴를 돌고 있는 동안 위성방송업계에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해외의 위성을 임차해 국내 시청자를 대상으로 위성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양위성방송(OSBTV)의 등장은 그 중 하나다. OSB가 위성을 통해 제공하는 일본 주니치 드래곤스의 야구경기는 중계유선과 케이블TV방송국(SO)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급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인천방송과 서울방송의 위성 배신 문제도 방송계의 민감한 현안으로 대두됐다. 이들의 위성 배신은 무궁화 위성의 통신용 중계기를 활용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SCN(스페이스 케이블 네트워크) 방식을 채택한 위성방송 서비스라는 점에서 중요한 현상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리랑TV 역시 내년 8월부터 「아시아샛」이나 「팬암샛」을 활용해 아시아 지역의 외국인과 교포를 대상으로 해외 위성방송사업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통합방송법이 차일 피일 미뤄지는 상황에서도 올해 위성방송업계에는 방송산업에 이정표가 될 중요한 사건들이 어김없이 벌어졌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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