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슈퍼컴퓨터 도입 프로젝트가 최종 공급업체 선정을 눈앞에 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기상청은 최근 한국후지쯔와 NEC를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정하고 이번 프로젝트의 최종 공급업체 선정을 위해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조달청 입찰을 실시했으나 유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기상청 슈퍼컴퓨터 입찰이 한국후지쯔와 NEC 두개 업체로 압축되면서 기상청과 두 업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최종 낙점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지난 23일 기상청은 당초 1차 제안에서 제시한 기본 사양을 크게 보완한 규격을 조달청으로 보내 한국후지쯔와 NEC를 대상으로 최저가방식 입찰을 실시했지만 기상청 제안규격과 두 업체의 제시가격이 맞지 않아 자동 유찰됐다.
한국후지쯔는 이와 관련, 『기상청이 제시한 규격(사양)이 너무 높아 도저히 가격을 맞출 수 없었다』면서 『공급업체 선정이 무리없이 진행되려면 기상청이 규격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EC의 한 관계자도 『현재 기상청은 2백 기가플롭스(초당 부동소수점 처리속도) 이상의 시스템 실효치 성능을 요구하고 있으나 당초 응찰업체들이 제시한 가격은 1백 기가플롭스 수준에 맞춘 것이어서 가격조정에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효율적인 기상예보 측면을 고려해 시스템 실효치 성능 규격을 높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며 응찰업체들도 이같은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연말경에 재입찰하기로 한 조달청은 『이번 슈퍼컴퓨터 입찰의 경우 규격에 가격을 맞추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달리, 제시가격에 규격을 맞추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어 자칫 이번 공급업체 선정이 해를 넘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내년 6월 1일 정상 가동 시한에 쫓기는 기상청이 규격을 재조정하거나 후지쯔, NEC가 총 2백20억원 규모인 이 대형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조만간 본격 추진될 대만과 독일 기상청 입찰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울 수도 있어 연내 최종 공급업체가 선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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