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배보다 배꼽이 큰 출판계 "경품 전쟁"

 최근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의 컴퓨터 매장에는 이색 판촉행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몇몇 대형 출판사들간에 자존심을 건 경품전쟁을 벌이고 있어 송년을 맞는 출판계에 새로운 「두통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19일 토요일 오후 교보문고 컴퓨터 매장에서 가장 많은 독자들을 불러모은 곳은 마티즈 등 파격적인 경품을 내건 C출판사. 컴퓨터 및 기술서적을 20여년째 펴내고 있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한 회사다.그동안 지극히 보수적인 경영을 고집했던 컴퓨터 단행본 출판계에 이와 같은 경품경쟁이 불붙게 된 것은 지난해 말 Y출판사가 책을 한 권 살 때마다 시계를 1개씩 덤으로 얹어주면서부터.

 이 회사는 그 후에도 다양한 이벤트 등 적극적인 마케팅 정책을 편 것이 주효, 올해 한때 주요 서점에서 컴퓨터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서부터 10위까지 모조리 휩쓰는 등 책 판매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컴퓨터서적 분야 경품경쟁에 불을 지피게 됐다. 이에 따라 책 한 권 살 때마다 라면과 연극 티켓을 주는 것은 오히려 애교(?)에 속하고 H출판사의 경우 책 속에 들어있는 엽서를 출판사로 보내면 이를 추첨, 삼성 디지털 카메라(모델명 SDC-33) 등 2천만원 상당의 경품을 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러한 출판계의 경품경쟁을 바라보는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엇갈리고 있다. 한쪽은 『극심한 불황탈출을 위한 출판사들의 마지막 선택이 아니겠느냐』며 동정론을 펴는 사람도 있지만 『출판사들이 질로 경쟁하는 것을 포기한 채 광고와 경품 등 물량공세에 지나치게 의존하려고 한다』며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교보문고에서 만난 한 중견 출판사 관계자는 『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는 일년에 3분의1 이상 컴퓨터 관련서적의 경품행사가 계속된다』며 『몇몇 대형 출판사들이 벌이고 있는 과도한 경품경쟁은 필연적으로 덤핑경쟁으로 치닫게 되어 중·소규모 출판사들의 존립기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경품공세도 시간이 지나 책 내용에 실망한 독자가 많아지면 효과를 잃는 법. 그렇게 되면 출판사는 새로운 시리즈로 이름을 바꿔달고 또 다시 더 강도 높은 사은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독자들을 유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그릇된 관행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독자들의 현명한 선택뿐이다.

<서기선 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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