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전문업체인 대우캐리어(대표 토머스 E 데이비스)가 대우전자의 퇴출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국내 시장을 놓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대우캐리어는 미국 캐리어사와 대우전자가 합작해 설립한 업체로 합작당시의 계약조건에 따라 패키지에어컨의 경우 자체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고 룸에어컨의 경우 대우전자를 통해 판매해 왔는데 최근 대우그룹과 삼성그룹간의 빅딜로 인해 판매망 확보에 차질이 예상돼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룸에어컨의 경우 올해 국내 시장에 판매한 총 6만여대 가운데 75% 가량인 4만5천대를 대우전자에서 판매, 대우전자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실정이라 대우전자를 통한 판매가 중단되면 곧바로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격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우전자와의 관계에 대한 결정은 미 캐리어사와 대우전자간에 결정해야 할 문제로 아직 본사 차원에서도 대우전자 소유지분에 대한 처리문제 및 앞으로의 관계문제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우캐리어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우캐리어의 한 관계자는 『대우전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이해당사자이면서도 제3자의 입장이라 대책 마련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며 난감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IMF한파로 인해 국내 에어컨 시장이 급랭하면서 올해 판매실적이 지난해의 절반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어 상당폭의 적자를 기록, 사업부장이 경질되는 등 최악의 상태를 맞고 있어 내년에도 판촉활동을 강화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오는 2000년 대우전자와 캐리어의 합작관계가 완전 청산되기 전에 대우전자가 에어컨 자체생산에 나서는 대신에 대우캐리어도 룸에어컨을 자체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 자체 유통망 확대에 나서온 것.
대우캐리어는 올해 국내시장에 총 5만대의 패키지에어컨과 2만5천대의 룸에어컨을 자체 영업망을 통해 판매, 자체 판매비중을 종전의 30% 수준에서 50% 정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수립했었다. 이를 위해 자체 유통점을 1백30개점에서 1백50개점으로 늘리고 5∼10명에 불과하던 영업인력을 40명으로 확충하는 등 자체 영업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대우캐리어는 대우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오는 2000년에는 완전한 홀로서기를 실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우그룹과 삼성그룹간의 빅딜로 대우캐리어가 당초 예정보다 1년 가량 앞당겨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급박한 처지로 몰린 상황이다.
그동안 대우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에어컨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온 대우캐리어가 이같은 위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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