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뉴에이지> "에어미디어" 고객지원팀 남수연씨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싶다면 수화를 한 번 배워보세요. 청각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입을 열지 않고 손짓으로 말하면 표정이 더 풍부해져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까지 전할 수 있으니까요.』

 에어미디어사 고객지원팀 남수연씨(23)는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30분씩 일찍 출근해 동료들에게 수화 한마디씩을 가르쳐준다. 처음엔 모두들 어색해했지만 이젠 복도에서 만나면 서툰 손짓으로 인사를 건네는 직원들도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

 늘 웃는 얼굴과 긴 생머리 때문에 「스마일 퀸」으로 불리는 남수연씨는 올 9월 입사한 새내기 사원. 알고 보면 남수연씨가 이 회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다 수화 덕분이다. 에어미디어는 손바닥만한 단말기에 펜으로 글씨를 써서 멀리 있는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에어포스트」 서비스 개통을 앞두고 수화가 가능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전화나 핸드폰 대신 문자통신이 필요한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에어포스트 설명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이 때 자원봉사자로 나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한 게 눈에 띄어 정식직원으로 발탁된 것.

 고객지원팀에서 남수연씨가 맡은 역할은 서비스 가입이나 AS 신청을 위해 회사를 방문하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도우미.

 『청각장애인들에게 입과 귀를 대신할 수 있는 복지통신기기를 소개한다는 것도 물론 보람이죠. 하지만 꼭 제품을 파는 일이 전부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수화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우니까요.』

 남수연씨가 지난 95년 처음 수화를 배운 것은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농아들에게 말을 걸어 보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한국청각장애인복지협회(청음회관)에 찾아가 6개월 동안 초급과 중급 수화를 배웠고 얼마 전에 고급과정까지 마쳤다.

 손짓만으로 웬만큼 의사소통이 되면서부터 그는 매월 셋째주 토요일이면 경기도 포천의 장애인직업학교 「운보원」을 찾았다. 자원봉사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청각장애인들의 사회적응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평소 외출을 꺼리던 농아들이 지하철도 타보고 박물관에도 가보고 낯선 사람들 속에 섞이는 날, 그들과 동행을 하기가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3년째 접어들고 보니 이젠 자원봉사라기보다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처럼 편하게 느껴진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거침없이 말을 쏟아 내면서도 현실사회에선 마음을 닫고 사는 게 요즘 네티즌들의 풍속도. 하지만 남수연씨는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 말걸기」가 얼마나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지 아는 보기 드문 신세대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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