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사장단 인사" 배경과 의미

 LG그룹이 8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는 당면한 경제위기 타개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5대그룹 구조조정 작업에서 그룹의 구조조정을 더욱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인물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룹 내에서 젊고 능력 있는 인사로 평가받고 있는 LG전선의 권문구 대표이사나 LG전자의 구자홍 대표이사, 구조조정본부 이문호 사장을 LG전선과 LG전자·LG화재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시킨 것도 5대그룹간 사업 맞교환(빅딜)을 비롯한 그룹 내 구조조정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향후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이번 인사는 LG그룹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가진 정·재계 간담회에서 현재 53개 계열사를 30개 내외(금융업종 6개 포함)로 축소하고 화학­에너지·전자­통신·서비스·금융업종을 핵심업종으로 선정해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실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핵심업종 중 전자와 통신의 경우 LG전자와 LG텔레콤 두 축을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이같은 의지는 전문 경영인으로 알려진 변규칠 현 LG상사 회장을 LG텔레콤 대표이사 회장으로 전배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변 대표이사를 정점으로 한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 LG텔레콤을 그룹의 핵심 주력사업분야로 적극 육성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또 경영의 귀재로 그룹 내에서 평가받고 있는 김선동 현 LG반도체 부사장을 LG반도체로부터 분리, 새로 설립한 LGLCD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 그룹의 미래 전략사업분야로 활성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LCD사업은 앞으로 가전이나 정보기기에서의 채택이 보편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시장규모도 엄청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 경영인을 회장이나 부회장으로 대거 승진시켜 핵심사업 위주로 구조조정을 조속히 추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확고히 하겠다는 점을 들 수 있다.

 LG전자의 경우 구자홍 대표이사의 부회장 승진과 함께 정병철 부사장과 구승평 부사장이 함께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또 이처럼 LG전자의 경영진을 대폭 보강한 데는 가장 강력한 경쟁회사였던 삼성전자가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로 대우전자를 인수하는 것이 확실시 되면서 시장의 판도변화에 따른 기민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구본무 회장은 이번 인사에 앞서 8일 사장단 협의회에서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타개하고 21세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 있고 도전적인 젊은 경영자들을 최고경영자로 대거 발탁했다』고 밝히고 『핵심사업 위주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확고히 할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해 앞으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어쨌든 LG가 이번 사장단 인사를 계기로 5대그룹간에 벌어지고 있는 빅딜협상과 대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에서 보다 효과적인 결과를 얻어내고 지금보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집단으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구근우기자 kw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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