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에서 1천달러 이하의 저가형 PC가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1백만원대 이하 저가형 메이커 PC가 등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HP·델·IBM·컴팩 등 미국의 주요 PC메이커들이 경쟁적으로 불러일으킨 1천달러 이하 PC 생산경쟁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열린 컴덱스에서 컴팩이 케이블모뎀·ADSL모뎀·위성인터넷장비를 장착한 인터넷 PC라인을 발표하고, 델컴퓨터도 시스코시스템스와 협력해 초고속 디지털모뎀을 탑재한 PC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새로운 개념의 PC들은 기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오라클 등이 추진했던 네트워크컴퓨터(NC)와는 달리 초고속 인터넷 접속이라는 특화된 기능을 무기로 한 저가형 PC라는 특징을 갖추고 있다.
대기업 제품의 이미지를 깎을 수도 있는 저가전략만이 아니라 특화된 기능으로 저가형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결국 99년 세계시장에서는 저가 CPU를 탑재한 제품과 고속 인터넷을 무기로 한 특화된 기능의 저가 PC제품을 중심으로 주요 PC메이커들의 공세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다소 상황이 다른 편이다. 기존에도 삼성전자·삼보컴퓨터·대우통신·LG IBM 등 대기업에서 저가형 PC를 내놓은 적은 있지만 대부분 이미 사이클이 끝나가는 성능의 제품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별다른 의미를 갖고 있지 않았다.
현재 메이커 제품 중 가장 저가형 제품이라고 해도 대개 본체가격만 1백50만원대 이상이다. 메이커 제품 중 주력으로 내놓고 있는 최상위 펜티엄Ⅱ급 기종의 경우 2백50만∼3백5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용산 등 조립PC에 비해서는 50∼1백만원까지 가격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해외와는 다른 국내시장의 몇몇 특수한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토로다. 우선은 인텔칩의 절대적인 강세다. 해외시장의 경우 저가형 PC는 사이릭스나 AMD의 저가형 고성능 CPU를 채택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국내에서는 인텔칩에 대한 소비자들의 집착이 워낙 강해 다른 칩을 채택한 제품이 발을 디디기 힘들다는 것.
또 AS와 유통·광고비용이 제품가격의 30%를 차지해 이 부분을 삭감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쿠퐁제도가 정착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1년에서 최고 5년까지 무상 수리해 주는 등 과잉 AS제도가 정착돼 제품가격을 내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상황에도 변수가 발생했다.
삼보컴퓨터와 코리아데이터시스템스의 합작법인인 「e머신즈」사의 수출브랜드인 e머신즈가 국내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미니타워에 펜티엄Ⅱ급의 고성능 사양이면서도 5백∼6백달러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e머신즈는 이미 20만대 이상 수출되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저가형 PC로 호평을 받았다.
아직까지 인텔칩이 아니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는 국내 현실 때문에 비싼 인텔 CPU를 채택한 국내용 제품도 99만∼1백44만원대의 가격대를 고수해 지난 10월 이후 1만5천대의 판매를 기록했고, 이번달에도 1만5천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e머신즈는 기존 저가형 제품들과 달리 가격을 중심으로 한 판매전략이 아닌 「품질」을 전면에 내세워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품질」은 전통적으로 메이커의 영역으로 여겨진 부분이다.
이러한 성장세에 삼성전자·삼보컴퓨터·대우통신·LG IBM 등 국내 빅4 PC생산업체들도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이미 일부 업체의 경우 대책팀까지 마련해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시장이 형성될 경우 내년 1·4분기경에 저가형 제품을 본격적으로 내놓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대형업체들은 결국 스스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상황은 발생하기 힘들며,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여기서 외부적인 요인은 e머신즈와 같은 제품의 돌출이나, 「홈PC」라는 이름의 라인업으로 내년 저가시장을 공략할 예정인 컴팩처럼 외산 업체에 의한 역공세 등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구정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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