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방업계 협회 결성 왜 했나

　지난달 12일 「PC와 인터넷을 이용한 게임장업(통칭 게임방)」을 기존의 컴퓨터 게임장과 동일하게 허가조치하겠다는 문화부의 행정지침이 나온 이후 대응책을 모색해 오던 게임방업체들이 최근 「한국인터넷PC대여업협회」를 창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감으로써 게임방을 둘러싼 쟁점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문화부의 행정지침이 나간 지 불과 2주일 만에 협회가 결성된 것은 행정지침 시행에 대한 게임방업계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

　게임방을 둘러싼 문화부와 업계의 쟁점은 근본적으로 2가지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현재 대부분의 게임방이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으며, 이미 상당수의 게임방이 학교 인근에 개설돼 청소년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다. 두번째는 게임방이란 신종 서비스업종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것이다.

　문화부는 게임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심야영업으로 야기될 수 있는 청소년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게임방업주들은 심야에 게임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학생 이상 성인이 대부분이며 인터넷 검색, 리포트 작성 등 게임 외의 다른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청소년문제를 크게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또 현실적으로도 게임방은 심야영업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24시간 영업을 하지 못할 경우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문화부 행정지침이 기존의 학교보건법과 건축법 등을 그대로 준수하도록 하고 있어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2백m 이내에 있는 기존 게임방들은 이전이나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쟁점은 다시 게임방이란 신종 서비스를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화부는 게임방에서 게임 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된 수입원은 게임서비스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공중위생법(제2조)에서 규정한 유기장업(컴퓨터 게임장업)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게임방업계는 게임방이 정보통신 인프라와 멀티미디어 환경을 바탕으로 한 신종 서비스라고 전제, 컴퓨터를 게임기로 간주하고 게임방을 컴퓨터 게임장과 동일시 한 것은 규제를 위한 시대착오적인 논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음비법을 포함한 새로운 영상관계법이 이미 국회에 상정돼 있는데 불과 몇개월을 위해 말썽의 소지가 많은 행정지침을 내린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화부 영상음반과 곽영진 과장은 『게임방업계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정부당국 입장에서 청소년문제와 불법복제 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면서 『이번 행정지침을 무허가 상태의 게임방을 양성화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인터넷PC대여업협회 박원서 회장은 『문화부의 곤혹스런 입장은 알지만 지난달 행정지침이 현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일선 행정당국과 게임방업주간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문화부에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부는 이번 행정지침이 공중위생법뿐만 아니라 학교보건법·건축법 등과 얽혀 있어 행정지침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이번에 게임방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됨으로써 민감한 사안에 대해 다소나마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유형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