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받고 있는 동안 에너지를 축적하고 빛이 닿지 않을 때 발광하는 축광 소재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축광 소재가 현재와 같이 보급된 것은 지난 93년 산화알루미늄과 산화스트론튬 같은 세라믹이 개발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세라믹은 축광 소재의 대명사로 군림하면서 시장규모를 크게 넓혀오고 있다.
세라믹계 축광 소재는 자외선을 받은 후 형광색의 빛을 발하는 시간이 길고 내구성도 뛰어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세라믹이란 소재 특성상 투명성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결점이 보다 광범위한 제품으로의 응용에 걸림돌이 돼왔다.
최근 일본의 스미다광학유리사는 유리에 축광기능을 부여한 투명한 축광 소재를 개발해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미다광학유리가 개발한 축광유리는 희토류 원소(원자번호 57에서부터 71까지의 15개 원소에 스칸듐 이트륨을 추가한 17개 원소)인 텔비움을 미량 포함한 산화물 유리로 빛을 받으면 그 에너지를 일단 저장하고 나중에 발광하는 성질을 보유하고 있다.
스미다광학은 10여년 전에 「루미라스」라는 형광유리를 개발한 바 있는데 이번 축광유리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소재다.
형광유리인 루미라스는 빛을 받으면 일정시간 색깔을 띠는 소재로 그 자체만으로는 응용분야가 매우 협소했다.
이 때문에 스미다광학유리는 형광유리처럼 빛을 받으면 일정 기간 발색할 뿐 아니라 빛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 후에도 뚜렷하게 발광하는 축광유리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축광유리는 유리에 어떤 물질을 첨부한 것이 아니라 조성된 산화물 자체에 받아들인 빛을 저장해 두는 성질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받은 빛에 곧바로 반응하는 형광유리와 달리 별다른 가공 없이도 일단 받은 빛 에너지를 소재 자체에 저장한 뒤 필요할 때 서서히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축광유리에 30분간 빛을 쏘일 경우 최대 10시간까지 발광한다. 광원으로는 저압수은램프와 형광등뿐 아니라 X선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축광유리에 파장 5백42㎚의 자외선을 5분간 쏘이고 10분 후 측정한 발광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5백42㎚의 녹색파장에서 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소재개발실 관계자는 『이는 한 예에 불과할 뿐 잔광의 색깔과 파장, 조사(照射)시간, 그리고 어떤 파장의 빛을 발생시킬 것인가 등은 축광유리 자체의 조성(組成)을 변화시키는 것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축광유리는 크게 2가지 용도를 상정하고 있다.
하나는 센서와 엑시머레이저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인식하는 용도로의 전개다. 지금까지의 축광 소재는 모두 불투명했기 때문에 센서 등의 재료로는 사용할 수 없었다.
축광색은 현재 녹색과 일부 적색에 한정돼 있으나 최근에는 가장 발색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청색에 대한 수요도 일고 있어 향후 응용분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다른 용도는 이 축광유리를 기록매체로 사용하는 것이다. 투명하다는 특성을 살리면 평면에만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기존 기록매체들과 달리 입체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보다 큰 용량의 광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매체로 발전시킬 수 있다.
아직 어느 정도의 밀도로 저장이 가능한가 등의 본격적인 연구는 진행되지 않은 상태이나 전문가들은 입체적으로 저장할 경우 현 CD롬의 몇배 이상되는 용량의 정보를 1장의 디스크에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리는 성형이 쉽고 리사이클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축광유리도 일반유리와 마찬가지로 이같은 특징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기존 가공기술을 그대로 이용한다 해도 손쉽게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단 현시점에서는 초기 제품단가의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스미다광학유리측은 『축광유리는 현재까지 개발된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소재이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응용분야가 개척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신소재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개척 분야인만큼 시장성이 검증돼 있지 않아 다양한 용도를 상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실용화를 위해 적지 않은 투자가 불가피한 상태다.
스미다광학유리는 『빛을 저장한다 해도 한꺼번에 발산해 버리면 잔광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받아들인 빛을 가장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제어가 자유로워지면 곧바로 실용화가 가능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스미다광학유리는 도쿄공업대학 응용세라믹스연구소 연구진들과 공동으로 재료특성의 향상과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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