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1일 정부는 경제대란으로 인한 국가부도사태를 막기 위해 「IMF 구제금융 신청」이라는 최후의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는 금융계와 산업계의 구조조정으로 경제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고 있으며 수출이 40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하는 등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올해 들어 10월말까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1천85억4천4백만달러로 작년동기대비 3.0% 감소했다. 하지만 수출감소율은 일본 -9.9%, 대만 -9.2%, 싱가포르 -12% 등 경쟁국에 비해 낮다. 수입은 7백66억6천8백만달러로 작년 동기대비 37.5% 줄어 전체 무역수지가 3백18억7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무역흑자 4백억달러 달성을 바로 눈앞에 둔 것이다.
그러나 무역수지 흑자가 수출증가로 인해서라기보다 수입감소에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산업설비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시험기자재의 수입감소 등으로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산업의 대외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다. 물론 수입제품들이 국산으로 대체되고 환율상승에 따라 수출제품의 대외경쟁력이 향상돼 그만큼 우리 경제가 건실하게 돼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산자부나 무역관련기관들이 전망하는 올해 무역수지 흑자는 4백억달러다. 이 같은 수치는 역대 최고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던 지난 88년 89억달러의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사상최대 규모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한번도 뒷걸음치지 않고 성장해 왔던 수출이 40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IMF가 가져다준 뼈아픈 현실이다. 이 같은 수출감소는 우리나라만 겪는 현상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10월말 현재 9.9%가 감소했고 대만도 9.2%가 감소하는 등 우리의 경쟁국들도 심각한 수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수출이 이처럼 감소하고 있는 것은 우리 주력 수출시장인 일본·중국·아시아 등지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각국의 수출경쟁 심화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으로 똑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판매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내적으로는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용경색이 지속되고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수출산업 기반위축 등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들어 10월말까지 전자·전기제품 수출은 총 3백21억5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2%가 감소했다. 가장 감소폭이 큰 분야는 가전으로 16.0%나 줄어들었으며 전자부품과 산업용 전자가 각각 7.6%, 8.4% 감소했다. 전기·전자제품 수출이 이처럼 감소한 것은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의 단가가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하락, 물량이 단가하락폭만큼 늘지 않은 이상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자·전기산업 수출은 작년보다 7.2% 줄어든 3백84억4천만달러에 그쳐 95년 4백억달러를 돌파한 지 4년만에 다시 3백억달러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올해 10대 수출품목에 포함된 전자제품은 반도체와 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 3개 품목이다. 반도체의 경우 10월까지 1백35억9천2백만달러어치를 수출, 작년에 이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기는 했다. 하지만 수출액은 작년대비 5.7% 감소했다. 컴퓨터는 작년보다 17.3% 줄어든 40억7천9백만달러어치를 수출, 작년보다 한단계 낮은 7위를 차지했다. 무선통신기기는 PCS 수출호조 등에 힘입어 21억4백만달러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10대 품목에 진입하는 실적을 거뒀다. 작년 10위는 전자관·부품으로 이번에 무선통신기기와 자리바꿈을 한 것이다.
10대 수입품목에서도 반도체가 1위를 차지했다. 작년 1위였던 원유 수입이 35.7%나 감소하면서 반도체와 자리를 바꾼 것. 작년 컴퓨터가 수입품목 6위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수입이 급감했음을 대변해주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의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에 대한 수출이 늘어난 반면 그동안 주요한 수출시장으로 매년 성장해 왔던 개도국에 대한 수출은 12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선진국에 대한 수출비중의 경우 지난해 44.1%에서 올 10월말까지는 48.1%로 4% 높아졌다. 특히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무역이 지난해까지는 적자였으나 올해는 흑자로 변했다.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는 작년 84억9천7백만달러 적자였으나 올해는 10월말까지 19억5천3백만달러에 달하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올해 들어 수출을 가장 많이 한 나라 역시 미국이다. 올 10월말까지 대미수출액이 1백87억2천8백만달러에 달한다. 다음으로는 일본 1백억3천5백만달러, 중국 98억3천1백만달러로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일본과 중국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 12억달러나 차이가 났으나 올해는 불과 2억달러로 간격이 크게 좁혀져 중국이 우리의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0대 수출국에 포함되지 않았던 스위스가 단번에 5위국으로 부상한 반면 인도네시아는 10위권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수입에서는 미국과 일본·중국이 역시 1, 2, 3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10대 수입국에 오르지 못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5위로 부상한 반면 지난해 8위였던 영국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우리나라가 무역수지 흑자를 거둔 나라로는 홍콩(74억1천만달러)이 1위를 차지했고 중국과 스위스가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무역수지흑자 10대국에 끼지 못했던 미국과 영국이 올해는 각각 6, 7위에 오른 반면 베트남과 멕시코가 10위권에서 벗어났다. 무역적자국으로는 일본(37억2천1백만달러)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차지했으나 무역적자 규모가 지난해 1백31억3천6백만달러였던 것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적자국 2위였으나 올해는 흑자국으로 바뀌었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25억9천3백만러로 적자국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제35회 무역의 날은 IMF 한파로 40년만에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치러졌지만 올해 처음으로 1백50억불탑 수상업체가 3개사나 나오는 등 내용면에서는 1백억불탑 수상업체 하나 없었던 지난해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전자업체로는 유일하게 대덕전자가 1억불탑을 수상하는 등 4백87개사가 수출의 탑을 수상, 4백58개사에 불과했던 지난해보다 29개사가 늘었다.
중소기업의 경우도 작년에는 96년보다 줄어들었으나 올해는 36개사가 늘어난 4백69개사로 중소기업들의 수출활동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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