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녹음할 수 있는 CDR(추기형 CD) 리코더와 CDR 디스크의 일본 시장 판매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 네덜란드 필립스가 시험 판매에 착수한 데 이어 지난달 파이어니어가 CDR 리코더를 내놓고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필립스는 내년 말까지 제품군을 확충해 2배속으로 CD를 복제할 수 있는 기종 등 총 3개 제품을 일본 전역에 투입할 계획이다. 양사 제품의 가격은 12만엔 정도.
디스크와 관련해 히타치막셀·TDK·후지사진필름 등이 녹음용 CDR 디스크와 CDRW(고쳐쓰기기능 CD) 디스크를 시장에 투입한다. 가격은 장당 CDR 디스크가 7백엔, CDRW 디스크가 2천8백엔이다.
이처럼 CDR 제품의 판매가 활기를 띠는 것은 일본의 저작권법에서 정하고 있는 디지털 녹음에 대한 저작권보호 관련 규정에 가정용 CDR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판매 여부가 애매한 상태에서 「해금」된 셈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98년 11월 1일부터 미니디스크(MD) 등과 마찬가지로 CDR도 부과금제도가 적용된다. 이것은 법령에서 지정한 녹음기기나 매체에 대해서 그 제품 가격에 저작권 요금을 가산하는 방법으로 저작권자의 불이익을 보상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일본 문화청은 이 제도의 대상이 되는 기기나 매체로서 새롭게 가정용 CDR 리코더와 CDR 디스크 및 CDRW 디스크 등 3가지 제품을 지정했다.
규정이 개정돼 해금됐다고는 하지만 이전에도 음향기기 제조업체들은 마음만 먹으면 CDR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저작권법에는 판매를 금지시킬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95년 파이어니어·야마하 등 일본의 관련 제조업체 8개사는 가정용 CDR를 판매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음반업계가 즉각 「가정용 CDR는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길 바란다」는 성명서를 내고 거세게 반발했다. 성명서 요지는 MD 리코더 등 기존 음향기기와는 달리 CDR 리코더는 CD의 음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녹음할 수 있기 때문에 음반업계가 입게 될 손실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 측은 음반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판매를 중지했으며 최근까지도 이같은 상황은 계속돼 왔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필립스였다. 지난 5월 이 회사는 음반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에 CDR 리코더를 투입했다.
그동안 판매 자체를 반대해 온 음반업계도 「판매된 이상 저작권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자」는 쪽으로 태도를 바꿔 가정용 CDR의 판매 문제를 마침내 저작권보호법 안으로 옮겨 다루게 된 것이다.
일단 저작권 보호 대상에 포함됨으로써 문제는 대체로 해결된 상태지만 그래도 개운치 않은 점이 남아있다. 부과금의 요율이다.
이 부과금 요율은 음반업계와 제조업체 모두가 협의해 결정하는데 새 법령에서는 요율을 MD 등과 똑같이 지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녹음기기(CDR 리코더)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2%, 녹음매체(CDR 디스크와 CDRW 디스크)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3%를 징수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초 음반업계에서는 CDR에 대해 MD보다 높은 요율을, 제조업체 측에선 종전과 같은 요율을 각각 주장해 상호 입장은 좁혀질 줄 모르고 팽팽히 맞서기만 했다.
그러나 음반업계는 바로 제조업체 측의 입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CDR 제품이 이미 나왔고 판매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요율을 결정하지 않으면 디지털 녹음에 대한 보상을 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CDR 기기의 판매도 제조업체가 주도하고 요율 결정도 제조업체 측의 의도대로 된 셈이다. 음반업계는 모두 뒤늦게 추인한 꼴이다.
이 때문에 일본레코드협회는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제조업체의 태도를 꺾을 수 있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구체적으로 내년 4월 MD 등을 포함해 일제히 녹음기기의 요율을 개정하기로 돼 있는데 이때 MD보다 높은 요율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제조업체측과 합의에 이를지는 의문이다. CDR 보급이 음반업계에 주는 영향을 객관적인 수치로 제시할 수 없어 요율의 상향 조정에 무게를 싣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부과금제도 자체의 개선도 검토해야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제도는 사실 복제횟수 등 구체적인 지표보다는 주먹구구식의 요금징수방법에 근거하고 있어 이전부터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게다가 네트워크를 사용한 음악유통에는 대응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CDR 해금을 계기로 복제 관련 제도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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