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재기 성공"

 지난 1년간 애플컴퓨터가 컴퓨터시장에서 보여준 재기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감독은 스티브 잡스, 주연은 가정용 매킨토시 「i맥」.

 불과 2년전만 하더라도 상처투성이였던 업체가 1여년 동안의 노력끝에 보란듯이 재기하며 제2의 매킨토시 전성기를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중순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플린트센터」에서 가진 회계연도 결산 발표는 애플에 있어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2년 연속의 적자행진을 마감하고 3년만에 처음 흑자로 돌아섰기 때문.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임시대표를 맡은 지 1년만이다.

 지난해 1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애플은 9월 마감된 올 회계연도에서 3억9백만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매출은 71억달러에서 조금 줄어든 59억달러. 하지만 4억달러 가까운 흑자는 회사가 이제 정상궤도에 들어섰다는 신호이자 애플과 잡스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결과였다.

 사실 애플의 매출규모나 시장점유율은 여타 유력PC업체들과 비교해 큰 편이 아니다. 하지만 애플이 공급하는 매킨토시가 윈도PC의 유일한 대항기종이자 독자적인 플랫폼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로열리스트라 불릴 만큼 열렬한 애호가들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PC시장에서 갖는 비중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애플의 재기는 애플 자체뿐 아니라 이용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모두에게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닌 것이다.

 애플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프레드 앤더슨은 최근 2년만에 가진 금융분석가들과의 회의에서 애플의 정상화계획을 △생존 △안정 및 수익 △제품전략 수립 △애플 플랫폼에 대한 애플리케이션 지원 확보 △본격적인 성장의 5단계로 구분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밝혔다.

 그에 의하면 애플은 현재 3∼5단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앤더슨은 분석가들에게 지금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작업이 애플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앤더슨이 분석가들에게 약속한 사항 중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저가 휴대형 기기를 추가, 전체 제품군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스티브 잡스는 최근 「포천」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팜컴퓨팅시장 진출을 위해 스리콤의 개인휴대단말기(PDA)인 「팜파일럿」 플랫폼을 인수하려 했었다는 사실을 밝혀 앤더슨의 발언을 뒷받침해 주기도 했다. 애플은 현재 매킨토시 플랫폼의 팜컴퓨터를 자체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될 전망이다.

 아무튼 최근 들어 두드러진 현상은 잡스나 경영진들이 애플상황에 대해 얘기할 때 그 어느 때보다 확신과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한 때 벼랑끝에 몰렸던 애플이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역시 스티브 잡스의 노련한 경영 수완이 효력을 발휘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잡스는 지난해 9월 임시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과감한 개혁조치들을 추진해 왔다.

 가장 먼저 매킨토시 컴퓨터의 라이선스정책을 전면 수정, 호환업체들에 대한 라이선스 제공을 중단했다. 또 제품라인 슬림화작업의 일환으로 프린터 및 PDA 「뉴턴」사업을 정리하고 데스크톱과 노트북, 전문가용과 일반소비자용의 4가지 카테고리로 집약했다. 한편 유통채널도 대폭 줄여 컴프USA 등 유력 소매점들로 정예화함으로써 효율적인 유통정책을 꾀한 것도 성과를 거두었다.

 또 재고량을 지난해말 4억달러 수준에서 올 9월말에는 7천8백만달러 수준으로 크게 낮췄으며 분산되고 비효율적인 조직구조도 과감히 개혁, 크게 제조·마케팅·영업·재무분야로 나눴다.

 소프트웨어 협력업체들과의 관계개선도 급선무였다. 애플은 그동안 소프트웨어업체들에 대했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를 바꿔 우호적인 협력관계 구축에 남다른 노력을 보여 주었다. 특히 게임소프트웨어업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펼쳤고 그 결과 등을 돌렸던 소프트웨어업체들이 맥진영으로 속속 복귀했다. 특히 「i맥」의 성공으로 최근에는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그야말로 불확실하고 비관적이었던 1년전과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 것이다. 이와 함께 공전의 히트작이 된 i맥을 비롯, 일련의 제품전략이 성공을 거둔 것도 애플 정상화의 빼놓을 수 없는 원동력이다. i맥은 지난 8월중순 출시 이후 6주만에 27만8천대가 팔려나가는 개가를 올렸다.

 이제는 i맥시장을 어떻게 다변화시켜 상승세를 유지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는 애플의 성공스토리를 장기드라마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관건이기도 하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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