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김상하 회장
21세기는 과학기술시대다. 때문에 과학기술의 바탕 없이는 국가경쟁력 강화는 기대할 수 없다. 전사회적인 지식창출 활용시스템 구축여부가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에는 중진국이 사라지고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양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핵심 기술력 확보와 창의적인 응용능력, 시스템 관리능력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데도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정부와 민간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는 크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80년대초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은 이스라엘은 우리와 달리 첨단 과학기술 투자를 지속,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80년대 초 4백%에 달하는 물가상승과 1백배나 급등한 환율 등으로 위기에 처했으나 대대적인 산업구조 조정에 착수해 기업구조의 하이테크화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국방비의 5∼6%를 삭감하는 대신 R&D 비용을 국내총생산(GDP)의 8%, 정부예산의 30%를 지원했다. 이 결과 현재 이스라엘 전체산업의 45%가 하이테크산업이 차지하면서 탄탄한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올해 3월 현재 미국 나스닥(NASDAQ)에 상장된 이스라엘 기업은 72개사로 이들의 시장가치는 1백37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 시점에서 한정된 재원이라 할지라도 효율적으로 운용,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우선 과학기술 예산의 효율적 집행과 산학연 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첨단 과학기술의 상업화를 도모할 수 있는 협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과학·산업기술은 투자·인력 규모가 대폭 확대돼 양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R&D 투자에 있어 절대금액, 기초연구 충분도, 산학 협동연구, 해외 특허출원 건수 등을 고려한 질적인 면에서는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기술개발 응용에 대한 지원투입은 세계 39위, 기업간 기술협력은 41위로 민간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취약한 실정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과학기술 국제경쟁력 비교」에서도 양과 질을 종합한 평가에서 우리의 경쟁국인 대만과 싱가포르가 각각 7위와 9위를 기록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28위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정부와 민간 모두 R&D 투자가 크게 위축돼 연구인력 감축과 고급 두뇌의 해외유출이 심화되는 가운데 그동안 진행되던 첨단 프로젝트도 잇따라 중단되는 등 자칫 잠재성장력 약화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산업기술의 경쟁력도 선진국에 크게 뒤져 있는 상황이다. 유망 성장산업의 핵심 기술력은 선진국의 40∼60%에 불과하고 테크노파크·연구인력 등 기술 하부구조는 미국의 20분의 1, 일본의 11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홍콩 PERC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려는 적극성도 경쟁국은 물론 중국·태국 등 후발 개도국에도 크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기술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미국의 경우 50∼60년대 국방예산의 상당 부분을 벤처기업의 기술개발과 연계해 산업의 기술기반을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앞으로는 첨단 과학기술의 상업화 촉진으로 「시장점유」보다는 「기회의 점유」가 더 중요시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첨단 지식집약적인 신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따라서 한정된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 국가과학기술혁신시스템을 미래의 기술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의 역할조정이 긴요하다고 본다. 또한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관련주체간 유기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경제와 과학기술, 국방과 과학기술 등 부문간 연계와 산·학·연 및 정부 등 관련주체간 협력체제 확충은 현재 시급한 사안이다. 또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성과가 민간의 기술발전을 촉발시킬 수 있는 기술이전 메커니즘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 투자를 축소하고 있는 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업계와의 공동연구개발도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은 정부나 기업 혼자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힘을 합쳐야만 가능하다. 경제위기로 급속히 축소되고 있는 R&D 활동을 질적으로 고도화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다같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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