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교육정보화> "디지털 상아탑" 우뚝

 올해 약 3천5백억원에 이르는 대학정보화시장이 막바지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대학마다 기존 단순 전산개념의 시스템을 정보시스템으로 바꾸고 있는가 하면 관리적 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교육환경과 교수방법을 지원하는 정보시스템 구축에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일고 있다. 대학개혁의 핵심수단으로 정보시스템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정보화는 학사관리를 포함한 일반 행정업무에 대한 정보시스템 구축을 근간으로 하여 전자도서관·멀티미디어 강의시스템·연구개발시스템·원격교육시스템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데다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됨으로써 대학가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정보화 수준에 따라 대학을 평가해 차등 지원하려는 정부정책과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각 대학들의 정보화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3백44개 대학은 투자규모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나름대로 정보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정보화 투자를 단행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한양대학교가 올해 1백20억여원을 정보화부문에 쏟아붓고 있는 등 50여개 대학이 한해 동안 20억원 이상의 정보화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또 LGEDS시스템·삼성SDS 등 시스템통합(SI)업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업체들이 앞다퉈 대학정보화시장에 뛰어들면서 수주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먼저 「학사·행정시스템」은 대학정보화의 기반일 뿐 아니라 우선적인 정보화 투자항목이라는 점에서 대학과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학정보화에 열성적인 몇몇 대학은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켜 정보화의 범위와 내용을 확대 강화하고 있으며 학사·행정 업무내 통합 또는 학사·행정 업무와 연구개발, 도서정보 등 다른 시스템과의 통합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따라서 하드웨어를 추가 도입하거나 새로운 소프트웨어(정보시스템) 개발이 대학과 업계의 이슈로 등장, 시장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학생 입장에선 수업이 없는데도 수강신청이나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학교에 나갈 필요없이 인터넷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또 설사 학교에 가더라도 원스톱서비스로 필요한 증명서 발급과 학적조회, 휴학/복학신청 등의 업무를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금 대학가에선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받을 수 있는 「가상(사이버) 강좌」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여러 대학간 또는 대학들과 관련업체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이버 강좌를 개설,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방송통신대학교처럼 그동안 사이버 강의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돼온 특수대학은 독자적으로 사이버 강좌시스템을 구축하고 중추적인 강의방식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대학내 각종 학술정보를 디지털 자료로 바꿔서 저장해놓고 이를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하는 「도서정보시스템(일명 전자도서관)」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자리경쟁을 하지 않고도 가정에서 컴퓨터(웹)를 통해 원하는 도서나 자료를 찾아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대학에선 인터넷을 통해서 외국대학과 서로 강의내용을 주고받거나 영상토론을 벌이는 등의 「원격교육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도 열의를 보이고 있어 대학정보화는 이제 지구촌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정보교류를 가능케 하는 개념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정보화의 열기가 제대로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특히 정보시스템을 구축해도 이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노하우가 취약하고 이에 맞는 학사지원체제의 미흡, 주변 인프라 부족, 교육의 전문성 부족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전자도서관도 그 열기에 비해 국내 대학들의 수준은 아직 초보적이다. 학생들이 가정에서 웹을 통해 도서를 열람할 수 있을 정도의 전자도서관을 구축, 운영하는 대학은 극히 드물며 대부분의 대학이 도서명·저자·출판사 이름과 같은 아주 기초적인 도서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다.

 가상대학의 경우는 더욱 초보단계다. 전국 대학의 4분의 1 정도가 직간접적으로 가상대학에 발을 담기 시작했지만 이에 걸맞은 시스템을 갖춘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가상교육을 위한 콘텐츠가 극히 드문데다 기존 교육내용과 차별화시키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가상교육용 멀티미디어 콘텐츠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가상대학과 관련한 법적 근거 및 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요즘 대학들이 앞다퉈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데 대해 『풍악만 요란한 것 아니냐』는 컴퓨터업계 한 관계자의 지적도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대학이 곧 그 사회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창구가 된다는 점에서 정보화 자체도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고 또 각 대학들이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대학 교과과정에 정보화 내용을 담는 데는 인색한 것 같다』며 『대학에서의 컴퓨터 관련교육을 보다 깊이있고 다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교대를 졸업한 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됐는데도 어린 학생들보다 컴퓨터에 대해 더 모르는 현실이 대학정보화의 깊이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교육정보화 특별취재팀=이윤재 차장(팀장), 이경우·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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