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MS, 반독점 "법정싸움" 개시

　미국 법무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반독점 소송 재판이 지난 19일부터 시작됐다.

　재판 개시일이 세 번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시작된 이 재판은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소프트웨어 산업 판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재판의 최대 쟁점은 MS가 PC 운용체계(OS) 시장의 독점력을 악용해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 「무임승차」했는가 여부다.

　법무부는 MS가 PC OS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윈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앞세워 세계 주요 PC 제조업체들에 윈도를 라이선스하는 조건으로 자사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채택토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방법으로 인터넷 이용에 필수적인 이 분야 시장에 「무임승차」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엔 아예 IE를 윈도에 「통합」시킴으로써 PC OS시장에서의 독점력을 브라우저 시장으로 그대로 가져가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고 법무부는 보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MS에 앞서 이 시장에 진출한 넷스케이프를 고사시키는 것으로 반독점법상의 반경쟁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무부의 논리다.

　법무부는 이같은 논거를 입증하기 위해 이번 재판에서 넷스케이프의 제임스 박스데일 사장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그는 서면으로 제출한 선서증언에서 MS측이 브라우저 사업에 나서면서 넷스케이프에 경쟁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한편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넷스케이프의 배급망을 무력화시키겠다고 위협했으며 IE를 소비자들에 무료 제공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통해 자사에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MS는 한마디로 법무부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MS는 브라우저 시장의 후발업체로서 『선발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 온 약자』라며 윈도의 지배력을 이용해 이 시장을 불법적으로 장악했다는 것은 근거없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브라우저와 OS의 통합도 소비자들에게 더 큰 만족을 주기 위한 기술개발 노력의 결과일 뿐 특정 업체를 고사시키려는 의도로 행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MS측의 대리인인 존 와든 변호사는 특히 넷스케이프의 브라우저 시장점유율은 초기 약 90%에 달했고 MS 등이 시장 참여한 이후에야 50%대로 떨어졌다며 정부가 주장하는 기준대로라면 자사가 시장 참여할 당시 오히려 넷스케이프의 시장 독점력이 문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MS가 브라우저 시장에 반경쟁적 「무임승차」를 했는지의 여부와 더불어 이번 재판의 또 다른 쟁점은 MS가 협력 혹은 경쟁관계에 있는 IT업체들에 반경쟁적 부당 압력을 가했느냐는 것이다.

　지난 5월 법무부가 MS를 제소할 당시엔 제기되지 않았던 이 문제는 MS의 반경쟁 행위를 입증하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광범위한 증언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법무부가 관련 혐의를 포착하면서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MS가 자사의 성장에 방해가 될 기술을 개발하거나 잠재적 경쟁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벌이려는 업체들에 부당한 압력을 가해 그같은 작업을 중단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상 기업으로는 MS의 긴밀한 협력업체인 인텔을 포함해 애플·인튜이트·리얼네트웍스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들 업체 관계자들도 이번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MS는 그러나 이들 업체에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그같은 주장은 법무부가 자사에 대한 「흠집내기」를 위한 것이라면서 이 문제를 재판의 쟁점으로 삼아선 안된다고 주장했으나 담당 판사는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6∼8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재판의 판결 내용은 앞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포함한 첨단 산업분야의 새로운 경쟁규칙을 정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일례로 끼워팔기 혹은 제품간 통합 금지 결정이 내려진다면 OS를 중심으로 하나의 제품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전략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온 MS가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윈도에 연계해 「워드」나 「엑셀」 등 다른 응용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것이 반독점법에 위배되는 불공정 행위로 금지된다면 MS는 지금까지의 성장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MS가 재판에서 승리한다면 이 회사는 PC OS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관련산업 분야로 사업영역을 급속히 확대하면서 21세기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세관 기자>